예금금리는 내리고, 대출금리는 그대로

  • 입력 2004년 11월 16일 14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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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의 '얌체 상혼'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11일 한국은행의 콜금리 0.25%포인트 인하에 뒤이어 은행들은 12, 15일 앞 다퉈 예금금리를 0.1~0.4%포인트 내렸다.

하지만 16일 현재 고정금리 대출상품의 금리를 내린 은행은 한 곳도 없다.

8월 콜금리 인하 때처럼 은행들이 이번에도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을 늘려 잇속을 차리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은행들은 '오해다',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금리인하 순서=고객들은 왜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번개처럼 내리면서 대출금리 인하는 주저하는지 궁금해 한다. 은행 측 해명은 이렇다.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콜금리가 떨어지면 은행이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인 은행채권의 금리도 곧 떨어진다. 그러니 고객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때 드는 비용인 예금 금리도 그만큼 낮아져야 당연하다는 것. 예금 금리를 낮출 수 없다면 더 이상 예금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은행들은 또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수익률 같은 시장금리를 참고해 매일 또는 매주 정하는 변동금리 대출상품의 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먼저 떨어졌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적용 금리를 매일 변경하는 신한은행의 3개월 만기 CD금리 연동 주택담보대출의 최저 금리는 11일 5.24%에서 콜금리 인하 하루 뒤인 12일 5.18%, 16일엔 5.06%로 떨어졌다.

고정금리 대출상품의 금리를 예금 금리보다 늦게 내리는 것은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로 미미해 손이 늦게 가고 △변동금리 상품보다 은행 손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어려워 조정하는데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라고 은행들은 주장한다.

▽예대금리 공방=콜금리 조정을 틈타 번번이 예대금리를 키워왔다는 지적도 오해라는 게 은행 입장이다.

국민은행 홍석철 리테일상품팀장은 "예대마진은 금리 하락기에 작아지고 금리 상승기에 커지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전체 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의 비중이 60~70%에 이르고, 특히 3개월마다 적용 금리가 달라지는 대출의 비중이 30~40%로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3개월 주기 변동금리 대출의 경우 콜금리 인하 다음날 또는 다음주부터 하나 둘 금리가 떨어지기 시작해 3개월이 지나면 모든 기존대출의 금리가 낮아진다.

반면 예금금리 인하는 신규 가입분에 대해서만 적용되기 때문에 기존예금의 금리는 떨어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잔액 기준으로 볼 때 대출금리의 하락 폭은 시간이 갈수록 예금금리 하락 폭에 비해 점점 커진다.

올해 7~9월 은행들의 여수신금리 인하 폭은 신규취급분 기준으로는 예금(0.33%포인트)이 대출(0.22%포인트)보다 컸지만 잔액 기준으로는 대출(0.12%)이 예금(0.09%)보다 컸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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