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092원 추락…7년만에 1000원대로

  • 입력 2004년 11월 15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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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약 7년 만에 달러당 1100원 아래로 떨어져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이처럼 환율이 급락(원화가치는 급등)하자 국내 수출 기업들은 내년 사업계획을 변경하는 등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12.5원 하락한 1092.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1997년 11월 24일(1085원) 이후 처음 11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날 하락 폭은 지난해 9월 22일(16.8원) 이후 가장 컸다.

지난 주말 미국 정부가 ‘약(弱)달러 정책’을 유지할 뜻을 시사하면서 엔-달러 환율이 하락한 데다 한국 정부가 당분간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을 듯한 자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다.

재정경제부 당국자는 이날 “투기 움직임은 좌시하지 않겠지만 환율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외화자금팀 노상칠(盧相七) 과장은 “장 초반 환율이 급락한 뒤 1097원 선에서 한동안 매매 공방이 벌어졌으나 ‘외환 당국이 개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지면서 장 막판 투매 양상이 빚어졌다”고 전했다.

삼성, LG, 현대-기아자동차 등 주요 그룹은 내년 원-달러 환율이 1050원을 밑돌 경우를 가정하고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일부 중소기업은 △생산기지 해외 이전 △인력 구조조정 △한계사업 정리 등을 검토하고 있다.

무역연구소 신승관(辛承官) 연구위원은 “최근의 환율 하락 속도는 수출기업들이 원가 절감 등 대비책을 세우기에 너무 빠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는 392개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이 보는 손익분기점 환율은 평균 1127원이며 현재의 환율 수준에서는 90%가 출혈 수출을 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원화뿐 아니라 유로화, 엔화 등 주요 통화가 달러화 대비 강세를 나타내는 상황에서 한국만 무리하게 개입해 봤자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원화 환율 급락에도 불구하고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미국 주가의 상승 영향으로 나흘 연속 상승해 지난 주말보다 5.66포인트(0.65%) 오른 882.33으로 장을 마쳤다.

한화증권 이종우(李鍾雨) 리서치센터장은 “환율 하락 충격은 지난주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면서 “하지만 환율 하락은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잠재적 부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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