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선진국 호주 르포]소에 전자칩 부착…생육과정 한눈에

  • 입력 2004년 11월 7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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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애들레이드 근교에 있는 T&R 도축공장에서 직원들이 쇠고기를 부위별로 가공하고 있다. 애들레이드=임규진기자
호주 애들레이드 근교에 있는 T&R 도축공장에서 직원들이 쇠고기를 부위별로 가공하고 있다. 애들레이드=임규진기자
10월 27일 오후 호주 남부 애들레이드 근교에 있는 T&R사의 머레이 브리지 도축공장.

꼬리에 ‘SA1800…46’ 인식표를 매단 호주 소 한 마리가 도축장에 들어섰다. 큰 눈으로 두리번거리던 소가 큰 고깃덩어리로 변해 냉장창고로 옮겨지는 데 걸린 시간은 50분. 냉장창고에서 24시간 숙성된 고깃덩어리는 갈비 목심 등심 안심 등 14개 부위로 가공됐다. 이 과정에는 3∼4시간이 걸렸다. 곧바로 수출용 컨테이너에 실린 포장육은 애들레이드 항구로 옮겨졌다. 한국에는 2주일 뒤에 도착한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T&R사 관계자는 “전자 칩으로 만든 인식표를 통해 소가 언제 태어나 어디에서 무얼 먹고 커 왔는지를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인식표 ‘SA1800…46’인 소는 지난해 초 애들레이드 초원에서 태어났다. 18개월간 초원에서 보낸 소는 비육우장으로 옮겨져 100일간 곡물을 먹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쇠고기가 되기 위해서다.

T&R사 머레이 브리지 공장은 이런 식으로 키운 소를 매일 300마리씩 도축한다.

미국과 캐나다 축산업계가 광우병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호주 축산업계가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광우병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은 데다 철저한 품질관리로 세계 각국의 소비자 입맛을 공략한 덕이다.

마크 스퍼 호주축산공사 회장은 “2002년 1월 1일부터 호주 쇠고기는 모두 ‘호주 청정우’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며 “소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도축할 때까지 철저한 건강관리를 하고 있어 가축질병 발생률이 세계 최저 수준”이라고 밝혔다.

호주축산공사에 따르면 쇠고기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육류 및 축산의 통일규격 위원회, 전국사육장 인가제도, 가축증명제도 등 이중삼중의 안전장치가 가동되고 있다.

가축증명제도의 경우 전자마이크로 칩이 들어가 있는 장치를 이용하여 가축의 원산지와 사육 관련 정보를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고 있다. 국내외에 거래되는 호주산 쇠고기의 품질과 원산지를 추적하기 위해서다. 특히 연방법으로 뼈나 고기류 등 육류사료를 먹이는 것을 엄격히 금지해 광우병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이 같은 품질관리를 통해 호주 쇠고기는 세계 수출시장의 23%를 차지하여 미국(19%)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연간 쇠고기 생산량은 200만t에 달하고 수출물량은 120만t에 달한다. 쇠고기 관련 산업의 연간매출은 48억달러.

호주는 한국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찜 갈비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시드니갈비란 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시드니불고기, 시드니불갈비 등을 잇달아 내놓았다.

열악한 여건에 놓여 있는 한국 축산농가로선 호주의 공세가 반가울 수 없지만 호주축산공사는 공생(共生)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글렌 휘스트 호주축산공사 한국 대표부 사장은 “호주축산공사는 한국의 쇠고기 시장을 늘리는 데 관심이 많다”며 “기존 한우시장을 공략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휘스트 사장은 “호주산 쇠고기의 맛은 한우와 다를 수밖에 없다”며 “한우가 최고급육이란 평판을 잘 관리하면 외국산 쇠고기와의 경쟁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퍼 회장도 “호주의 선진화된 품질관리 및 육류 가공기술을 한국에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며 한국 축산농가와의 공생관계 구축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애들레이드=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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