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띠 카드는 가라…이제 IC칩 카드 시대"

  • 입력 2004년 11월 2일 13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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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현금카드와 비슷한 모양의 카드에 손톱만한 칩이 붙어 있다. 2005년까지 현금카드의 '자기(마그네틱) 띠'를 대체하게 될 집적회로(IC) 칩이다.

조흥은행 본점 자동화기기(ATM)에 IC현금카드를 넣고 고객식별번호(핀 번호) 6자리를 입력했다. 통장 계좌번호 2개가 화면에 나타났다. 2개의 계좌가 카드 하나에 들어있는 것. 계좌는 10개까지 넣을 수 있다.

계속해서 '전자화폐 충전'을 선택하고 '1만원'을 입력했다. 통장에서 1만원이 빠져나와 카드에 들어간 것. 일반 현금카드로 지폐 1만원을 인출해 지갑에 넣은 것과 마찬가지다.

은행 한쪽에 마련된 컴퓨터로 자리를 옮겼다. 컴퓨터에 연결된 IC칩 리더기에 카드를 넣고 'K캐시' 가맹점인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갔다. 만화 1편에 전자화폐로 50원을 결제했다. 현금 50원을 내는 것과 같기 때문에 신용카드 결제처럼 개인정보를 입력할 필요가 없다.

▽IC카드 속속 선보여=은행과 신용카드업체들이 IC칩 카드를 선보이고 있다. 2~32KB의 저장용량을 가진 IC칩은 자기 띠와 달리 복제가 어렵고 전자화폐 등 다양한 기능도 탑재할 수 있다.

3일 국민은행이 선보이는 '마이Q카드'에는 현금카드 전자화폐 기능 외에 은행권 최초로 전자통장 기능도 실려 있다. 은행 창구에서 IC 리더기에 카드를 넣고 핀 번호를 누르면 창구 거래를 모두 할 수 있다. 카드가 통장, 핀 번호가 도장의 역할을 하는 셈.

IC카드는 공인인증서 저장장치로도 활용할 수 있다. PC방에서 인터넷 뱅킹을 할 때 매번 공인인증서를 폐기하고 재발급 받지 않아도 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자기 띠 카드에 무단 복제 등의 사고가 잇따르자 현금카드는 2005년, 신용카드는 2008년까지 IC로 바꾸도록 했다. 금감원이 제시한 일정에 따라 금융회사들은 올해 3월 이후 각기 시범서비스를 해왔으며 이달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간다.

우리은행은 1일부터 IC현금카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의 현금카드를 가진 고객은 이달 말까지 무료로 IC칩 카드로 바꿀 수 있다. 12월부터는 재발급 수수료(2000원 상당)를 내야 한다. 국민은행은 2005년 말까지 기존의 현금카드를 무료로 '마이Q카드'로 바꿔준다. 조흥은행은 현재 시범서비스 중인 IC현금카드를 이달 중 본격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카드가 지난달 25일 IC칩 신용카드를 선보이는 등 신용카드에도 IC칩이 도입되고 있다. 신용카드 업체들은 2008년까지는 모든 카드를 IC칩으로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가능성과 한계=조흥은행 인터넷 뱅킹부 조성운 차장은 "IC카드는 개념을 확대하기에 따라 추가적인 서비스를 얼마든지 붙여나갈 수 있다"며 "IC카드가 확산되면 부가서비스 개발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제휴를 통해 증권 카드, 신분증(ID) 카드, 전자 진료카드 등의 기능을 포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용 환경은 아직 미비하다는 지적도 많다.

각 은행 ATM기 중 IC칩을 인식하는 장치가 설치된 것이 많지 않다. 국민은행은 전국 ATM기기 중 65%, 조흥은행은 6개 점포에만 IC칩 인식 장치가 설치됐다.

신용카드는 IC칩 리더기가 있는 가맹점은 아직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 전자화폐(K캐시)도 가맹점이 많지 않아 정작 살 만한 물건이나 서비스가 별로 없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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