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한보철강이 부도났을 때도 열연공장은 정상적으로 가동됐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치솟아 원재료인 고철 수입가격이 3배로 뛰는 바람에 1998년 7월 문을 닫았다.
박 부장은 함께 일하던 직원을 모두 내보낸 후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잊기 위해 1999년 한국을 떠났다. 자타가 인정하는 실력자라 높은 연봉에 인도 이스팟제철소와 태국 LPN제철소로 스카우트된 것.
그는 최근 “공장을 재가동할 테니 책임자로 와달라”는 INI스틸의 연락을 받고 즉시 귀국했다.
“월급을 따지면 외국 제철소의 50%도 안되기 때문에 귀국할 이유가 없죠. 내 손으로 짓고 가동하다 멈춘 공장이므로 다시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외환위기의 주범이라는 멍에까지 썼던 한보철강이 현대자동차그룹의 INI스틸-현대하이스코컨소시엄에 인수되면서 활력을 되찾고 있다.
제철소에서 만난 직원들은 ‘뭔가 큰일을 저질러보자’는 의지가 넘쳤다. 7년 동안 매각작업이 표류되면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지만 새로운 주인이 정해졌으니 철강회사의 주 목적인 ‘국가산업의 버팀목’으로 거듭나게 하자는 것.
A지구 1열연공장은 2005년 7월, 건설이 중단된 B지구 2열연공장은 2006년 말에 정상 가동한다는 목표도 마련했다.
B지구는 한보철강 부도 이후 공사가 중단돼 지금은 흉물로 변해 있다. 그러나 열연 및 냉연공장만큼은 유지 보수가 잘돼 있고 공사가 90% 이상 진척돼 정상 가동에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 INI스틸의 판단. 다만 쇳물을 만드는 코렉스 설비는 채산성이 맞는지 검토 중이다.
하지만 공장 정상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당진제철소 김태영(金台暎) 상무는 “공장 가동 인력을 제때 확보하는 것과 직원 자녀의 교육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진군 인구는 12만명이지만 한보철강 부도 이후 젊은이들이 고향을 떠나 인력 공급이 쉽지 않다는 것. 또 과거 한보철강 부도 후 근처 3개 철강회사로 옮긴 직원들이 재입사를 원하지만 이럴 경우 근처 철강회사들의 가동이 중단될 수도 있다.
김 상무는 “장기적으로 당진군에 고교를 설립해 필요 인력을 조달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당진군은 한보철강 부도로 피폐해진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종기(閔宗基) 당진군수는 “당진제철소는 지역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부군수를 중심으로 제철소지원팀을 만들었으며 필요한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당진=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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