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피아 이판정사장 “3000만달러 인수 제의 뿌리쳤죠”

  • 입력 2004년 10월 7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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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려고 해도 수질(水質)이 좋아야지요.”

정보통신 업체인 ‘넷피아’. 인터넷 주소창에 영어가 아닌 한글을 치면 해당 홈페이지로 접속할 수 있게 해주는 회사다.

이 회사의 이판정(李判貞·40·사진) 사장은 매년 매출의 1%를 한글학회에 기부하고 있다. 한글로 돈을 버는 회사가 한글을 지키기 위해 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이 사장의 지론.

넷피아처럼 학계가 아닌 산업계에서도 한글을 지키는 데 열심인 기업이 많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558회 한글날을 맞아 이들 기업을 소개한다.

▽넷피아의 ‘한글 사랑’ 4년=넷피아가 한글학회에 기부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 계기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계열사인 ‘리얼네임즈’와의 갈등 때문이었다.

당시 리얼네임즈는 넷피아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해 이 사장에게 회사를 3000만달러(약 345억원)에 팔라고 제안했다.

이 소식을 들은 한글학회 등 한글 관련 단체들이 이 사장을 찾아왔다. 외국 회사에 로열티를 내면서 한글주소를 사용할 수는 없다는 것.

이 사장은 “나중에 자식이 아버지가 한글 관련 기술을 외국에 팔아넘겼다고 말하면 부끄러울 것 같아 힘들더라도 버텨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넷피아는 현재 한글 인터넷주소 서비스로 확고한 사업기반을 다졌고, 태국 등에 이 기술을 수출까지 하고 있다.

또 넷피아가 한글단체에 기부한 돈은 국내 작가의 문학작품을 영어로 번역하는 번역가에게 지원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한국어문화사전’이 영문으로 출간되는 데 보태졌다.

▽순 한글의 아름다움 알리기=동양화재도 한글 사랑에는 빠지지 않는 회사.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동양화재 중앙연수원에는 호칭에 한자가 쓰이지 않는다.

이곳을 관리하는 동양화재 지길전(池吉田·47) 부장은 “사무직은 도움이, 영양사는 튼튼이, 조리사는 맛깔이로 부른다”며 “기관실 냉난방은 계절마다 변해서 반년마다 시원이와 따뜻이가 된다”고 설명했다.

연수원 직원과 본사 직원 모두 지 부장을 “지 도움이님”으로 부를 정도다.

7월에는 이곳에서 ‘제8회 국외한국어교사연수회’도 열렸다. 한글학회에서 주최한 이 행사는 외국에서 거주하는 외국인 혹은 재외동포 한국어교사를 초청해 한글을 가르치는 행사였다.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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