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우車 인재들 수입차업계서 ‘한국경영’

  • 입력 2004년 10월 4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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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가도 인재는 남는다.’

옛 대우자동차 출신들이 수입차 업계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4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각 업체의 과장급 이상 대우차 출신 임직원들은 8개 회사, 13명. 총 17개사인 수입차 회사의 절반가량에 옛 ‘대우맨’들이 포진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대부분은 특히 마케팅과 상품기획 부문 등에서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대우차가 수입차 업계의 사관학교’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세계경영’에서 ‘한국경영’으로=대우맨 출신 수입차 임직원들은 크게 대우차가 제너럴모터스(GM)에 인수된 2002년 10월을 기준으로 1기와 2기로 나뉜다. 1기는 인수 전, 2기는 인수 후에 수입차로 자리를 옮긴 사람들이다.

1기의 대표 주자로는 한영철 프라임모터 사장이 꼽힌다. 한 사장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박사 출신으로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1988년 직접 스카우트했다.

한 사장은 대우차 북미수출본부장과 대우구조조정추진위원회 총괄임원(상무)을 지낸 뒤 2001년 볼보트럭코리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작년 8월부터 도요타의 렉서스를 판매하는 프라임모터 사장으로 있다.

한국도요타자동차의 엄진환 차장, 우현 과장, 김성근 과장도 일찌감치 수입차 업계로 진출했다. 이들은 대우차의 수출기획팀이나 동유럽수출본부 등에서 근무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의 송재성 차장도 대우차 수출기획팀과 회장 비서실 등을 거친 뒤 2001년부터 수입차 업계에 둥지를 틀었다.

BMW코리아에서는 대우차에서 중동지역을 담당했던 이윤모 차장과 캐나다판매법인에 있던 이재준 차장이 1기에 속한다.

2기로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안영석 이사와 김재일 과장, 아우디코리아의 허진 이사, 한성모터스의 조일형 이사, 혼다코리아의 조항삼 고진모터임포트의 전우택 팀장 등이 꼽힌다.

안 이사는 초고속 승진으로 유명했던 실력파. 수출기획팀과 베네룩스판매법인 담당, GM대우 유럽마케팅 팀장을 지냈다.

▽‘글로벌 마인드’ 호평=한때 회사 부도로 어려움을 겪었던 옛 대우맨들이 짧은 기간에 수입차 업계의 핵심인력으로 자리 잡은 것은 무엇보다 대우차 시절 익혔던 신규시장 개척의 노하우 때문.

한 사장은 “동유럽이나 남미 등 한국 기업으로선 불모지나 다름없던 시장에서 차를 판 경험이 한국 내 수입차 영업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리급 직원들도 굵직한 의사결정을 독자적으로 내릴 수 있었던 옛 대우그룹의 풍토도 직원들이 홀로서기에 나설 수 있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안 이사는 “과거 대우차의 경우 일부 국가에서는 대리급이나 과장급이 지점장을 맡아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했다”며 “이 때문에 마케팅에서 재무, 인사까지 기업 운영과정 전반을 익힐 수 있었던 게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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