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주문대로 인재 양성”… 대학-기업 교류 확산

  • 입력 2004년 10월 4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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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인재를 기업이 주문하면 꼭 맞는 사람을 ‘맞춤 교육’으로 키워 드립니다.” 교과과정부터 기업의 요구사항이 충실히 반영된 ‘주문형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대학이 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청년실업’이 심각하지만 정작 기업들은 ‘쓸 만한 인재’를 찾지 못하는 인력수급의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의 맞춤형 교육이 더 확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4일 산업계에 따르면 고려대 공대는 ‘주문식 교육과정’을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LG전자와 최근 합의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고려대가 추천한 전자 전기 기계학과 대학원 진학 지망자를 대상으로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학생을 직접 뽑아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한다. 선발된 학생은 석사학위를 딴 뒤 LG전자에 취업해 일할 수 있다.

LG전자는 또 자신들이 원하는 교수를 선정해 특정 강의를 맡길 수 있으며 자사(自社)의 최고경영자(CEO)급 인사들도 계약교수로 실무교육에 참여시키게 된다.

이와 함께 고려대는 대학 안에 LG전자 전용 연구시설인 ‘LG 랩’ 공간을 제공할 계획이다. 고려대는 시범운영을 거쳐 이 같은 교육방식을 공대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며 LG전자 외에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과 협력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고려대 공대 김수원(金壽遠) 학장은 “이전에는 기업이 장학금을 줬던 대학원생들을 채용하고 난 뒤 학생의 능력이나 교육받은 내용에 대해 불만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앞으로 ‘주문형 교육’이 확대되면 기업들이 실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을 대학에서 충분히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동차부품업체인 ㈜만도는 올해 2월 경북대와 ‘경북대-만도 트랙’이라는 협약을 맺어 1학기부터 경북대 공대에 ‘주문형 강좌’를 개설했다.

만도측은 군필인 기계공학부 및 전자전기컴퓨터학부 3학년생을 10명씩 20명 선발해 장학금을 주며 졸업 후 이들을 채용하게 된다. 선발된 학생들은 경북대가 개설한 ‘자동차 섀시 및 차량동력학’ ‘만도 프로젝트 실습’ 등 5개 과목에서 현장실습을 받으며 만도에 입사한 뒤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만도의 오상수(吳尙洙) 사장은 “기업은 인재에 ‘굶주려’ 있으며 기업과 대학이 서로 협력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는 프로그램이 활성화돼야 한다”면서 “이번 프로그램의 성과를 지켜본 뒤 다른 대학과 프로그램 설립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경북 구미공장은 영남대와 공동으로 올해 2학기부터 기존 학과와 별도로 영어영문과 일어일문과 중어중문과 등 3개 학과를 ‘계약학과’로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구미공장 직원들은 이 학과에 등록해 어학 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 활성화돼 있는 이 같은 방식의 ‘산학(産學) 협력’이 한국 사회에서 확산돼야 청년실업과 기업의 만성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경련 산업조사실의 이병욱(李炳旭) 상무는 “한국의 산학협동은 아직까지 대기업에만 국한돼 있는 만큼 중소기업들도 같은 업종, 같은 지역의 업체들끼리 ‘그루핑’을 하는 방법으로 대학과 손을 잡고 인재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학도 교과과정의 융통성을 높이고 산학협력을 추진하는 교수를 높게 평가하는 등의 변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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