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길도 꽉 막혔다… 본원통화 잔액 작년대비 0.9%감소

  • 입력 2004년 9월 29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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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풀려 있는 돈의 양이 줄고 있다.

내수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가계와 중소기업의 신용도 하락으로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축소하거나 회수하면서 시중에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29일 재정경제부가 펴낸 ‘통화동향’에 따르면 본원(本源)통화는 평균잔액 기준으로 이달 10일 현재 35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0.1% 감소한 데 이어 20일 현재 36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0.9%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러한 감소세가 이달 말까지 지속된다면 외환위기 여파가 계속되던 1999년 1월(―8.7%) 이후 5년여 만에 월별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된다.

본원통화는 1998년 ―7.2% 감소했다가 1999년 12.1% 증가하기 시작해 △2000년 20.0% △2001년 11.5% △2002년 14.3%로 두 자릿수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으나 지난해 경기침체로 인해 6.5% 증가에 그쳤다.

올해 들어서는 1월 9.6%로 다소 늘어나는 듯했으나 △2월 4.0% △4월 3.8% △6월 4.3% △8월 2.8%로 증가율이 빠르게 둔화됐다.

이처럼 본원통화가 줄어들고 있는 데는 지난해 추석 연휴 시작일이 9월 10일로 올해보다 보름 정도 빨라 기술적 반감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재경부와 한국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추석 연휴 직전 일주일 동안 자금이 집중적으로 풀리기 마련이어서 추석이 빨랐던 지난해 9월보다 통화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월말에 가야 정확한 통계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술적 반사효과를 감안하더라도 통상 경상성장률을 넘는 증가율을 보여 온 본원통화가 이처럼 줄어들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 장기화로 신용경색이 심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금융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추석 연휴가 끼여 있던 2002년 9월은 15.3%, 지난해 9월은 9.8%의 증가율을 각각 나타냈다.

돈이 풀리는 속도와 흐름을 보여주는 총유동성(M3) 증가율도 8월 말 현재 5.9%(재경부 월간 경제동향)로 잠정 집계돼 지난해 연평균 증가율 8.8%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재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돈맥경화’ 현상을 보여주는 M3 증가율이 적정 수준을 밑돌고 있고 본원통화의 증가율이 급속도로 둔화되고 있는 것은 장기간의 경기침체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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