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업무상 배임’ 대부분 무혐의

  • 입력 2004년 9월 29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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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황윤성·黃允成)는 참여연대가 삼성 대우 현대 SK LG 등 5대 그룹의 회장과 회사 관계자 83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삼성그룹 이건희(李健熙) 회장 등 81명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은 현대전자(현 하이닉스)에 대해서만 업무상 배임 혐의를 인정해 김영환(金榮煥) 전 사장을 기소유예(혐의는 인정하되 기소는 하지 않는 것)하고 지난해 자살한 정몽헌(鄭夢憲) 회장은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참여연대는 1998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가 5대 그룹의 부당 내부지원 행위에 대해 704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 처분을 내린 뒤 “5대 그룹이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이들 그룹 관계자 83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현대전자를 제외한 다른 그룹의 경우 △다른 계열사의 도산으로 인한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한 일시적 지원인 점 △지원 금액을 전액 되돌려 받아 실제 손해가 없는 점 △자산 규모에 비해 지원 액수가 적어 합리적 경영판단의 범위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공정거래위의 부당지원행위 판단 기준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 침해’ 여부인 데 반해, 형법상 범죄가 되는 업무상 배임은 ‘해당 회사에 대한 고의적 손해 유발’ 여부가 판단 기준이기 때문에 이들 그룹의 부당지원행위를 업무상 배임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현대전자 등 현대그룹 계열사들은 이사회 결의나 담보 없이 한라그룹이 1997년 말 부도나기 전후에 발행한 3490억원 상당의 기업어음을 인수했다.

검찰은 한라그룹 부당지원의 경우 업무상 배임이 인정되지만 정주영(鄭周永·사망) 당시 현대그룹 회장의 결정이었고, 외환위기 상황에서 정부 및 한라그룹의 채권단도 현대그룹에 지원을 요청한 점 등을 감안해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발인 전원에 대해 진술서를 받는 등 관련 조사를 철저히 했지만 혐의를 입증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업무상 배임죄는 손해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만 있어도 적용할 수 있다”며 “재벌의 관행적인 부당 내부 지원에 대해 경영상 판단이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준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5대 그룹은 공정위의 처분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대전자를 제외한 4개 그룹 사건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현대전자는 올해 4월 부당지원 행위가 상당 부분 인정된 상태에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내려졌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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