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리러 해외간다…기업들 올해 해외발행액 4조원 넘어서

  • 입력 2004년 8월 19일 20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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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해외 펀드와 기관투자가에게 손을 벌리고 있다. 국내에서 돈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해외 자금시장을 기웃거리는 업체가 많아진 것.

증권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은 올해 1∼8월 국내 상장기업이 해외에서 발행한 일반 회사채 규모가 3조2390억원에 이른다고 19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2조3470억원)에 비해 38.1% 늘어난 것.

같은 기간 해외에서 발행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각각 3348억원과 278억원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CB 발행액은 13.6%, BW 발행액은 479.1% 많아졌다.

대우증권 IB영업본부 박남건 부장은 “해외 회사채 발행조건이 국내보다 불리하지만 수억 달러어치의 채권을 국내에서 팔기 힘들기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로 나간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이 해외에 내놓는 회사채는 대부분 만기가 10년 이상으로 길고 발행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 국내 기관투자가가 소화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자금 용도는 대부분 차입금 상환. 외국에서 돈을 빌려 빚잔치를 하는 셈이다.

박 부장은 “투자 심리가 얼어붙어 회사채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이 설비 투자에 쓰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GS홀딩스 자회사인 LG칼텍스정유는 이날 글로벌본드 3억달러(약 3470억원)어치를 미국, 아시아, 유럽 기관투자가에게 전량 매각했다고 밝혔다. 원금과 이자(연리 5.5%)를 만기일인 2014년 8월 25일 일시 상환하는 조건이다.

LG칼텍스정유 전호철 차장은 “채권 발행대금으로 차입금을 갚고 나머지 돈은 석유정제시설 등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KT도 6억달러(약 6940억원)어치 회사채를 미국 보험회사와 연기금 펀드 등에 매각했다. 이 채권은 싱가포르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KT 배광희 국제금융부장은 “국내보다 해외 채권시장에서 10년짜리 장기채 수요를 찾기 쉽다”고 말했다.

KT는 채권 발행 후 6개월마다 연리 6%에 해당하는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내년부터 1년에 두차례씩 200억원 안팎의 이자를 물어야 하는 것.

비슷한 시기에 중소기업은행도 2억달러(약 232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유럽과 미국 투자가에게 팔았다.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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