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올림픽 마케팅]‘송곳전략’과 성공 신화

  • 입력 2004년 8월 8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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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요즘 그리스 아테네시의 옥외 광고판은 세계 1위 휴대전화 업체인 핀란드의 노키아가 ‘싹쓸이’했다. 노키아가 과잉투자라는 지적을 받을 만큼 공격적인 광고전을 전개한 것은 삼성전자의 올림픽 마케팅과 무관하지 않다. 삼성전자는 2004 아테네 올림픽과 2006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노키아의 홈그라운드를 잠식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경기장 바깥에서 이미 시작된 글로벌 기업간의 ‘올림픽 마케팅 대전(大戰)’에서 삼성은 금메달에 가까이 가 있다. 삼성은 올림픽조직위원회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실시한 세계 성화 봉송에서 1000만달러를 투자해 스폰서십을 따냈다. 성화가 전 세계 27개국 34개 도시를 돌며 릴레이되는 장면이 각국의 언론매체에 노출되면서 삼성의 브랜드는 10억명 이상에게 각인됐다는 평. 삼성전자는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공식 스폰서업체가 됐다. 1999년 31억달러이던 브랜드 가치가 5년 만인 올해 약 4배인 125억5000만달러로 높아진 데는 올림픽 마케팅 효과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왜 올림픽인가=삼성이 올림픽 스폰서십을 따려 할 때 내부에서 상당한 반대가 있었다. “수천만달러를 투자할 가치가 있느냐” “올림픽보다는 경기장 안에 직접 광고판을 설치할 수 있어 브랜드 노출이 쉽고 비용도 싼 월드컵 스폰서가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삼성은 올림픽을 선택했다. 브랜드 노출보다는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삼성 구조조정본부 김태호 상무는 “올림픽이 상업성보다는 아마추어 정신을 강조하고 최고의 일류만 모인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어 브랜드 이미지를 올리는 데는 올림픽이 최적”이라고 설명했다.

▽송곳 전략=코카콜라 코닥 맥도널드 파나소닉 스와치 비자 등 11개 올림픽 스폰서 기업 중 삼성전자는 투자 대비 효율이 가장 높다. 삼성이 무선통신기기 부분의 스폰서지만 휴대전화의 브랜드 이미지가 올라가면서 ‘후광(後光)효과’가 작용, 디지털 가전제품이나 액정화면(LCD), 반도체 등 삼성의 다른 제품에도 확산되기 때문.

삼성은 이를 ‘송곳 전략’ 또는 ‘일점(一點) 돌파전략’이라고 부른다.

90년대 중반 삼성의 전체 브랜드가 중저가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우선 신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초일류로 올리는 데 집중한 뒤 개선된 이미지를 다른 제품으로 확산시키자는 전략. 중저가 이미지의 아날로그 TV 등 가전제품의 이미지를 먼저 개선한다는 전략을 선택했다면 지금 같은 효과를 누리기 어려웠다는 것이 광고업계의 평가다.

▽유럽시장 넓히기=삼성은 아테네 올림픽을 계기로 유럽 휴대전화시장에서 3위인 삼성의 위치를 2위로 끌어올린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아테네 올림픽의 마케팅 주제를 ‘무선 올림픽’으로 정하고 1억달러에 이르는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고 있다.

조직위, 선수단 및 언론에 삼성의 휴대전화를 공급하는 한편 무선 단말기로 올림픽과 관련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와우(WOW·Wireless Olympic Works) 서비스를 제공해 삼성의 기술력을 지구촌에 각인시키고 있다.

제일기획 이벤트팀 이도훈 국장은 “삼성전자와 제일기획 담당자 300여명이 4년간 준비한 올림픽 마케팅을 선보임으로써 한국이 이제 마케팅에서도 글로벌 강자임을 보여 주겠다”고 강조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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