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업체 부도 "후유증 언제까지…"

  • 입력 2004년 8월 6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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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만두파동이 발생한 지 6일로 꼭 두 달이 됐다.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만두 판매가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만두제조업체들이 만성적인 경영난에 허덕이는 등 후유증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건의 진상이 하나씩 확인되면서 경찰의 부실수사로 유명업체 2곳이 도산하는 등 만두제조업체가 억울한 피해를 본 것으로 밝혀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불량만두소를 사용한 업체로 발표한 도투락은 6월 중순부터 줄기차게 재조사를 의뢰해 6월 말 결국 식약청으로부터 무혐의 판정을 받아냈다. 그러나 그 사이 반품된 만두가 총 12만5000박스, 15억원어치에 이르면서 회사 경영이 악화됐으며 결국 지난달 19일 어음 12억원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도 만두파동 이전 판매량의 5%밖에 판매되지 않고 있다”며 “그나마 이것도 1만5000여평의 공장이 위치한 경기 평택시청에서 ‘고향만두팔아주기운동’을 벌인 덕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앞서 연매출 100억원대였던 진영식품도 지난달 1일 7500만원짜리 어음을 막지 못해 도산했다. 진영식품은 올해 초 경기 파주시에 130억원을 들여 만두전용공장을 세운 뒤 하루 100t 이상의 만두를 생산해 왔다. 그러나 만두파동이 불거지면서 미국에 수출됐던 5억원어치의 만두가 리콜 처리되는 등 총 15억원어치의 피해를 보았다.

식약청이 불량만두제조업체로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무혐의 처분한 취영루도 어려운 처지. 회사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직후부터 두 달 동안 경기 파주공장 라인을 중단했다가 기계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 5일부터 재가동했다”고 말했다.

불량만두업체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새아침’ 등 200여개 중소업체들도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새아침 김광철 사장은 “식품관련 산업의 특성상 원상복구까지 1년 이상이 걸린다”며 “이대로 가면 대형 만두업체 3, 4곳이 추가로 도산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만두제조업체들은 지난달 초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방송사 등 언론사들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고, 경찰청과 식약청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경영회복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게 이들의 하소연.

설상가상으로 만두 판매부진은 여전하다. 서울 강북의 한 백화점 직원은 “아직도 소비자들이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며 “만두 전체 판매량은 예년의 50% 이하이고, 불량만두제조업체로 발표됐던 업체들은 예년의 10%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 피해업체뿐 아니라 일반 시민 사이에서도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도 않은 채 사태를 이렇게까지 확대시킨 경찰청이나 식약청 언론 등 누군가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경찰청이 불량만두소 제조업체인 으뜸식품으로부터 납품받았다고 발표한 25개 업체 중 CJ그룹의 모닝웰 등 14개 업체가 최근 식약청과 지방자치단체 조사과정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부실수사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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