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칼텍스정유 파업]“대량해고 사태 오나” 긴장 고조

  • 입력 2004년 8월 4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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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칼텍스정유가 최후 통첩한 파업 노조원들의 업무복귀 시한을 이틀 앞둔 4일 이 회사 전남 여수공장의 출입구에는 경찰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노조원들은 ‘우선 협상’을 요구하며 회사의 복귀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여수=박주일기자
LG칼텍스정유가 최후 통첩한 파업 노조원들의 업무복귀 시한을 이틀 앞둔 4일 이 회사 전남 여수공장의 출입구에는 경찰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노조원들은 ‘우선 협상’을 요구하며 회사의 복귀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여수=박주일기자
3주째로 접어든 LG칼텍스정유 전남 여수공장의 파업사태가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회사측이 노조원들에게 6일까지 공장에 복귀하라는 ‘최후통첩’을 했으나 노조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긴장감이 높아가고 있다.

회사의 ‘무조건 복귀’에 ‘우선 협상’을 요구하는 노조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정유업계 초유의 대량 해고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상 되찾은 공장=4일 여수시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LG칼텍스정유 여수공장은 평상시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공장 내 각종 배관의 열을 식혀주는 쿨링타워에서는 하얀색의 증기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고 육상 출하장에는 석유제품을 실어 나를 탱크로리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다만 공장 안에 배치된 전·의경들과 정문에 노조원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컨테이너 및 철조망이 이곳이 파업현장임을 짐작케 해주었다.

“공장은 정상화됐지만 복귀시한이 다가오면서 솔직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요.”

파업에 참가했다가 공장에 복귀한 노조원 A씨(38)는 “밖에 있는 동료들이 공장으로 돌아와서 배신자 취급을 할까봐 두렵다”면서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는 눈치였다.

그는 “복귀한 날 다른 노조원 가족에게서 ‘얼마나 잘사는지 두고 보자’는 협박전화를 받았다”면서 “함께 살 수 없을 것 같아 사택 이전과 근무지도 바꿔줄 것을 회사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A씨처럼 공장으로 다시 돌아온 노조원은 이날 현재 183명. 회사측은 그동안 두 차례 업무 복귀시한을 연장했으나 노조원 644명은 여전히 공장 밖에서 머무르고 있다.

회사측은 지난달 19일 노조원들이 공장을 빠져나간 이후 퇴직 근로자와 엔지니어, 복귀 노조원 등 600여명을 하루 2교대로 조업에 투입해 3일 석유 및 화학제품 공장 가동을 완전 정상화했다.

▽고립되는 노조=회사가 정한 노조원들의 업무 복귀 최종 시한은 6일 오후 5시. 회사측은 이때까지 복귀하지 않는 조합원에 대해서는 사규에 따라 해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회사 관계자는 “해고를 할 수 있는 법적, 도덕적 요건은 이미 갖췄다”면서 “6일까지 최대한 많은 노조원이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는 여전히 투쟁 강도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김정곤 노조위원장은 “사측이 직권중재와 공권력에 의지해 강경방침을 고수함으로써 교섭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노조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면책 등 요구조건이 관철되지 않는 한 복귀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노조원들은 광주 조선대에 6일째 머물면서 농성을 벌이다 이날 밤 서울로 향했다. 노조측은 1인당 50만원씩의 투쟁기금을 모으는 등 파업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는 ‘강경 투쟁’을 천명하고 있지만 노조는 지금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조업이 힘들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완전 정상화된 데다 파업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 김선일씨의 참수 패러디 사진과 ‘배신자’라며 파업 불참자의 집에 붙인 전단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투쟁 거점’으로 삼으려 했던 조선대에서 학생들에게 불청객 취급을 받은 데다 대학측의 퇴거 요청으로 학교에서 물러나는 등 상황이 노조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끝내 파국으로 치닫나=회사측은 직권중재 결정 이후 노조와 모든 대화채널을 끊고 무조건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회사측은 지난해 근로자 평균 연봉이 6920만원으로 업계 최고 대우를 해주었고 복지혜택도 수준급으로 어떠한 명목으로도 파업은 용납할 수 없다며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해마다 노조에 끌려 다니는 교섭은 이제 끝내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회사측이 핵심 노조원에 대한 징계 등에 대비한 신규 인력 채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노조의 교섭권을 위임받은 민주노총 산하 전국민주화학섬유연맹은 “사측이 노사간의 교섭일정을 밝히고 대화에 나선다면 노조원들이 사업장에 복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맹측은 이를 위해 여수공장에서의 공권력 철수, 노조 집행부에 대한 교섭환경 조성, 노조원 민형사상 책임 최소화 등 전제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회사측은 직권중재에 따라 교섭은 이미 끝난 상태로 복귀가 우선이라고 밝혀 노사간 타협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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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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