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미국식 확정]한국기술 세계시장 지배 길텄다

  • 입력 2004년 7월 8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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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간 끌어온 디지털TV 전송방식 논란이 현행 미국식(ATSC)을 유지하는 쪽으로 마무리됐다.

이로써 디지털TV 및 방송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사라져 방송 및 산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급 효과를 몰고 올 전망이다.

디지털TV가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휴대전화에 이어 향후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갈 새로운 주력산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전송방식 타결의 의미=정부와 방송계, 업계는 산업 활성화와 소비자의 입장 등 현실을 고려해 원만한 타협책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미국식 표준에 반대해 온 지상파 방송사들은 실익없는 유럽방식을 포기하는 대신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유럽식 ‘DVB-H’ 등 이동수신용 디지털방송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정보통신부의 경우 지상파TV의 디지털 전환 일정이 7개월 정도 늦어졌지만 정책의 걸림돌이 모두 제거돼 향후 정책 추진에 탄력을 얻게 됐다.

전송방식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지연됐던 제조업체의 투자와 소비자들의 구매도 본격화돼 내수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식 디지털TV 기술은 국내 업체인 LG전자가 원천기술을 보유한 사실상의 한국표준이라는 점에서 국내 업체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통부는 디지털방송의 도입으로 2013년까지 총 477조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디지털방송산업이 가전 및 방송콘텐츠산업뿐 아니라 유통 광고 등 산업 전반에 미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새로운 일자리도 122만개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또 디지털TV 수출은 지난해 9억달러(약 1조800억원)에서 올해 29억달러(약 3조4800억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는 디지털TV가 2006년 이후 연간 100억달러(약 11조5000억원) 이상 수출되는 주력상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논쟁은 국가정책을 수립 집행하는 과정에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식이냐 유럽식이냐를 놓고 논란이 계속됐던 디지털TV 전송방식이 8일 미국식으로 최종 결정됐다.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의 가전매장을 찾은 소비자가 본격 디지털 방송시대 개막을 앞두고 디지털TV를 살펴보고 있다.-박주일기자

▽논쟁의 쟁점=디지털TV 전송방식을 둘러싼 논쟁은 2000년 8월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이 전송방식의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정통부가 전송방식을 미국식으로 결정한 지 3년이 지난 때였다.

이들은 미국식이 이동 수신이 어려우며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가 유럽식을 채택했다는 점을 근거로 전송방식을 유럽식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통부는 이에 대해 한국 전파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고화질(HD)TV 방송을 할 수 있고 한국이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수상기 수출에 유리하다며 미국식을 고수했다.

1997년에 이미 결정해 추진해 온 방식을 바꿀 경우 추가 비용이 크게 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그러나 2001년 9월과 11월 MBC가 자체 시험을 통해 유럽식이 고정 및 이동 수신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시민단체인 ‘디지털TV 방송방식 변경을 위한 소비자운동’이 2003년 3월 발족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송방식의 변경을 요구했다.

이후 MBC 시험 결과가 잘못됐다는 검증 결과가 나오고 해외조사단도 기술적 우위를 가리지 못하자 4인 대표위는 전송방식 변경에 따른 실익이 없고 엄청난 추가 비용만 들 뿐이라는 데 공감하고 8일 논쟁을 끝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내달안에 광역市이상 고화질 방송▼

논란 끝에 디지털TV 전송방식이 미국식으로 결정됨에 따라 그동안 중단됐던 디지털TV 방송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디지털TV 본방송이 8월 말에는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5대 광역시로 확대될 예정. 올해 말에는 국민의 80%가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TV 전환 일정=이번 합의로 인천을 제외한 5대 광역시에서 KBS1·2, MBC가 8월 말까지, 교육방송(EBS)은 올해 말까지 디지털TV 본방송을 실시하게 된다.

수도권과 광역시에 거주하는 시청자들은 8월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의 주요 경기를 DVD보다 화질이 2배 정도 좋은 고화질(HD) 디지털 방송으로 감상할 수 있을 전망.

춘천 청주 전주 제주 등 각 도청 소재지에서도 연내에 디지털TV 방송이 시작될 예정이다.

정보통신부는 내년 말까지는 전국 시군 소재지 주민들도 디지털TV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디지털 방송 전환 작업 속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각 방송사는 이동수신 시청자를 위해 VHF 12번과 8번 채널을 활용하는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서비스를 연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디지털 방송 어떻게 보나=디지털 방송을 가정에서 시청하려면 디지털TV와 수신기(셋톱박스)가 필요하다. 디지털TV를 보유하고 있어도 수신기가 없거나 디지털 방송이 아직 제공되지 않는 곳에서는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없다.

전송 방식이 미국식으로 확정됨에 따라 기존에 구입한 디지털TV와 수신기는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디지털 방송을 시청하려면 별도의 안테나를 설치해야 하지만 케이블TV 전송채널을 이용해 시청할 수도 있다. 디지털TV 본방송이 전국적으로 실시되더라도 기존 TV로 아날로그 방송은 계속 시청할 수 있다. 기존 아날로그 방송 채널은 디지털 전환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운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국식과 유럽식 무엇이 다른가=미국식(ATSC)과 유럽식(DVB)의 가장 큰 차이는 ‘이동할 때 신호를 얼마나 잘 받느냐’에 있다. 미국식은 이동수신이 어려운 반면 유럽식은 이동수신 측면에서 우세한 것으로 여겨졌다. 미국식은 HD 방송이 쉬운 데 비해 유럽식은 미국식에 비해 HD 방송이 불리한 단점이 지적됐다. 하지만 기술 발달로 양 방식의 기술적 우열을 가리는 작업이 무의미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정통부는 가정이나 사무실 등에 설치된 고정식 디지털TV는 미국식으로 하되 이동수신이 필요한 경우에는 유럽기술이 기반이 된 지상파 DMB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방송계의 요구를 감안해 새로운 유럽식 기술(DVB-H)의 도입도 추진키로 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디지털TV’-‘지상파 DMB’란 ▼

▽디지털TV

현재 대부분의 가정에 보급된 아날로그TV보다 5∼6배 선명한 영상과 CD급의 고품질 음향을 제공하는 TV. 방송 전파가 디지털 방식으로 전송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쌍방향 기술이 더해지면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전자상거래를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지상파 DMB

음성 및 영상을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이동식 멀티미디어 방송이다. 운전 및 보행 중에도 음악 문자 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개인휴대단말기(PDA)나 소형 TV 등으로 즐길 수 있다. 위성 DMB와 달리 지상의 기지국을 통해 방송신호가 송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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