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나는 식품업계]<2·끝>“해답은 자동화”

  • 입력 2004년 7월 7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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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만은 확실하게”식품업체들이 첨단 위생설비를 도입하고 직원교육을 강화하는 등 위생관리에 더욱 노력하고 있다. 하림의 김홍국 대표이사 회장이 닭고기 세척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냉각수로 고기를 20분간 씻어 이물질을 제거한다. 사진제공=하림
“위생만은 확실하게”
식품업체들이 첨단 위생설비를 도입하고 직원교육을 강화하는 등 위생관리에 더욱 노력하고 있다. 하림의 김홍국 대표이사 회장이 닭고기 세척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냉각수로 고기를 20분간 씻어 이물질을 제거한다. 사진제공=하림
식품업계가 달라지고 있다. 최신 위생설비를 잇달아 도입하고 공정관리도 한층 까다롭게 하고 있다. 지난달 6일 ‘불량 만두’ 파동 후 식품위생이 회사의 존망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

▽중소기업, 첨단 위생설비 도입 붐=굴 가공업체인 중앙씨푸드 김남구 공장장은 “비수기라 제품 생산을 중단했는데도 여전히 바쁘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만두 파동 후 위생관리에 더 신경 쓰라는 사장의 지시 때문이다.

공장 직원들은 요즘 생산라인 부품 하나하나를 청소하고 있다. 성수기인 작년 10월 이후 6개월간 쉴 틈 없이 가동된 기계의 때를 빼는 작업이다.

새 기계도 살 계획이다. 김 공장장은 “마지막 공정인 포장 때 사람 손이 닿는 비율을 줄이기 위해 5억원 남짓 하는 자동포장기계를 도입하려 한다”고 전했다.

최근 문을 연 닭고기업체 하림의 전북 익산 공장은 전체 공사비 547억원 중 냉각수 세척시스템 등 위생설비에만 377억원(65%)을 들였다. 이 회사 김홍국 대표는 “공정 시간을 오히려 30분 늘려 생산효율은 떨어졌지만 위생만은 확실하게 잡았다”고 말했다.

감자와 고등어를 주로 가공하는 녹채원도 최근 고가 생산설비를 들여왔다.

농산물 가공업은 특성상 사람 손이 닿을 수밖에 없는 업종. 자동 세척 및 건조 시스템 도입으로 청결도를 한층 높였다는 게 업계 평가다.

이 회사 이대선 사장은 “우리처럼 형광 불빛으로 이물질을 제거하는 첨단 시스템에 관심 갖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기업 관리법 ‘따라하기’=충남 천안시 목천읍 지산리에 자리 잡은 남양유업의 천안신공장 입구는 매일 먼지떨이 작업으로 분주하다.

공장의 위생관리실태가 모범적이라는 소문이 나서 국내외 바이어와 학생들이 잇달아 공장을 찾는 통에 먼지 관리에 비상이 걸린 것.

공장 외벽에 등이 하나도 없다. 대신 야구장처럼 외곽에 있는 대형 전등으로 간접 조명을 쏜다. 전등을 향해 달려드는 벌레들을 공장 밖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다.

생산현장에서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상온 보관을 해야 하는 ‘프렌치 카페’ 라인에만 컵이 제대로 멸균되는지, 빨대가 제자리에 붙는지 점검하는 인력이 한두 명 배치돼있을 뿐 거의 전 공정이 ‘무인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농심의 구미공장도 대표적인 자동화 공장으로 꼽힌다. 밀가루 반죽 단계에서부터 라면이 성형틀에 담겨 튀겨질 때까지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하루 두 번 기계를 청소하기 위해 라인당 한두 명의 직원이 배치돼 있을 뿐이다.

원료 입고시에는 모두 100가지의 품질검사를 하고 공장 안의 모든 에어컨 시설에는 항균 필터를 설치해 세균 유입을 막고 있다.

봉지에 담겨진 라면은 모두 3대의 검사기를 통과해야만 종이박스에 담긴다. 금속검출기 중량체크기, 이물질 검사기가 그것.

“기계장비를 통해서든 인력을 교육해서든 세계에 자랑할 만한 위생공정을 갖추지 못한다면 결국은 도태하고 말 것”이라는 이재휘 공장장의 말은 식품업계의 현실 인식을 보여준다.

▽“소비자 믿음을 얻어라”=식품의약품안전청은 올해 들어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적용업체로 신규 지정된 것이 1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건의 65% 선에 그쳤다고 밝혔다. 반면 올해 HACCP 지정이 취소된 업체는 8건. 작년 동기 4건의 두 배다. 그만큼 당국의 검사 기준이 까다로워진 셈이다.

HACCP는 식품 원재료 생산, 제조, 가공, 보존, 유통단계별 오염요인을 없애도록 하는 위생관리 체계. 이 체계를 도입한 업체는 매년 식약청의 위생 관련 점검을 받는다.


구미·천안=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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