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교섭 외국선 갈수록 줄어 임금보다 평생 재교육에 주력”

  • 입력 2004년 6월 24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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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독일 괴테대 만프레드 바이스 교수, 미국 코넬대 해리 찰스 카츠 교수, 서울대 최종태 교수, 일본 소피아대 하나미 다다시 명예교수(왼쪽부터 시계방향)가 노사관계 좌담회에 참여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노동 시장은 고용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함께 추구하는 ‘유연안정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병기기자
23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독일 괴테대 만프레드 바이스 교수, 미국 코넬대 해리 찰스 카츠 교수, 서울대 최종태 교수, 일본 소피아대 하나미 다다시 명예교수(왼쪽부터 시계방향)가 노사관계 좌담회에 참여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노동 시장은 고용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함께 추구하는 ‘유연안정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병기기자
무한경쟁 시대에는 노사관계도 경쟁력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이 북핵(北核) 이외에 가장 우려하는 것도 바로 불안정한 한국의 노사관계다. 국제 노사관계 전문가들의 눈에 비친 한국의 노사 문화는 어떨까.

본보는 23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개막된 ‘국제 노사관계학회 아시아대회’에 참석한 각국의 노사문제 석학(碩學)을 초청해 한국의 노동시장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최종태(崔鍾泰) 서울대 경영대 교수의 사회로 열린 이번 좌담회에는 만프레드 바이스 독일 괴테대 법대 교수, 해리 찰스 카츠 미국 코넬대 노사노동관계대학원 교수, 하나미 다다시(花見忠) 일본 소피아대 명예교수가 참석했다.

▽사회=한국의 노조는 산별노조로 협상력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노조는 고용안정을 위해 노조의 경영참가 요구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나미 교수=전 세계적으로 산별노조 중심의 중앙교섭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전체 산업단위에서보다는 작업장별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추세다.

▽바이스 교수=전통적인 기업이 사라지고 글로벌 기업이 대두하면서 노동자를 하나의 균일한 계층조직으로 볼 수 없게 됐다. 사업장마다 또 한 사업장 내에서도 노동자의 요구와 이해관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중앙 집중적 노사 협상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카츠 교수=연구결과에 따르면 한 국가 내에서도 노사관계 관행이 다양해지고 있다. 의사결정과정에 근로자의 참여가 높아지는 기업이 있는 반면 노사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사회=선진국 노사관계의 주요 쟁점은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조와 회사 정부가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가.

▽하나미=유럽의 소수 국가를 제외하고는 노조의 탈정치화가 뚜렷하다. 또 노조의 요구도 단순한 임금협상에서 벗어나 직업훈련이나 연수 등 보다 질적인 문제를 다루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바이스=유럽에서는 노조가 근로자의 ‘고용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측에 자격증제도와 연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간 국가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근로자에게 요구되는 고용 기준이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유럽 각국의 노조는 다국적 기업의 대두로 고용안정이 위협받으면서 국가간 연대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본사에 ‘유럽직장협의회’를 두고 근로자를 위한 기업의 행동윤리 등을 요구하는 식이다.

▽사회=세계 노사관계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이 건전하고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카츠=한국의 정규직 노동시장은 선진국과 비교해 경직적인 측면이 있다. 한국의 노조는 고용안정성과 함께 근로자 재교육에 대한 사측과 정부의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 저임금으로는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들과 경쟁할 수 없다. 동시에 사회적 갈등과 소득의 양극화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노동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한국 노사관계의 숙제다.

▽바이스=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는 노동의 유연성과 직업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체교섭과 근로자의 경영참여라는 전통적인 접근방법을 달라진 여건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하나미=정규직 위주의 노조정책은 비정규직 및 미취업자의 기회를 빼앗고 노동시장을 경직되게 만들어 경제적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 그 결과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노조로 끌어들이지 못할 수 있다. 기존 노조원의 기득권에만 관심을 갖는 노조에서 탈피해야 한다.

정리=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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