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서민주택 경매 급증

  • 입력 2004년 6월 20일 17시 58분


코멘트
경기 부천시에서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40)는 지난주 은행으로부터 자신의 집이 법원 경매에 넘어갔다는 통지서를 받았다.

김씨는 작년 10월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5000만원을 받아 다세대주택을 구입했는데 장사가 안 되면서 이자를 6개월째 갚지 못했다.

김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다달이 갚아야 하는 이자가 24만원이었지만 올해 1월부터 연체이자까지 붙어 5월 말에 갚아야 할 돈이 200만원을 넘어섰다”며 “빚 갚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고 울먹였다.

다세대 다가구 등 서민 주택이 법원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2002년 ‘전세 대란’ 당시 내 집 마련에 나섰던 서민들이 경기 침체 장기화로 연체이자를 못 갚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부동산 경매정보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 말까지 서울 등 수도권의 부동산 경매물건은 모두 5만5301건으로 작년 동기(3만543건)에 비해 81% 늘어났다.

경매물건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올해 1월과 2월 각각 9000여건에 그쳤던 경매물건은 3월 1만1900건, 지난달 1만2000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경매에 넘어가는 부동산은 대부분 경기 의정부, 시흥, 안산, 부천 등 서울 외곽에 있는 다세대 다가구주택이다.

다세대 다가구주택은 비교적 안정적인 중산층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비해 생활 여건이 어려운 서민층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불황 장기화로 하위 중산층이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성돈 지지옥션 차장은 “경매물건의 90%는 은행이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담보물건을 처분하는 것”이라면서 “하반기에도 경매물건 급증 추세는 누그러들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은행 등 금융회사의 동반 부실도 우려되고 있다. 경매물건이 갑자기 늘면서 낙찰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매에 넘어간 물건이 1회 유찰될 때마다 주택 담보가치는 20% 이상씩 떨어져 은행의 채권 회수금액은 그만큼 감소한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이 금융회사 부실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실수요자의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면서 “보유세는 높이더라도 거래세인 양도소득세 부담을 낮추고 거래신고제도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