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훈련기 특감]예산낭비 책임물어 재계약 첫사례

  • 입력 2004년 6월 18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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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국가전략사업인 고등훈련기(T-50)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우주항공산업(KAI·이하 한국항공)과 국방부 및 공군에 대해 ‘예산낭비’ 책임을 묻고, 관련 책임자들을 형사고발한 것은 그동안 안보 관련 국책사업에 관대했던 예산집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가전략 사업 예산낭비에 ‘메스’=T-50 개발관련 양산사업에서 당초 미국 록히드마틴사는 기술개발 대가로 20% 지분(주 날개 생산사업 부분)을 갖고 있었다.

감사원은 한국항공이 주 날개 생산권리를 록히드측으로부터 넘겨받는 과정에서 지불해야 할 권리금을 정부가 부담하는 것은 “민간업체인 한국항공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부에 손해배상금을 뒤집어씌운 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록히드측이 주 날개 생산단가로 제시한 360만달러는 KF-16의 주 날개 계약단가인 75만달러보다 무려 4.8배나 높다.

감사원은 “한국항공이 가격인하 협상을 계속해야 하는데도 정부 승인도 받지 않고 가격협상을 중단했다”면서 “한국항공은 록히드마틴사가 받기로 한 8000만달러가 하도급 계약해지에 따른 손해배상금의 성격인데도 정부 사업비용으로 전가시켰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한국항공에서 록히드마틴사와 주 날개 생산단가 협상을 계속할 경우 가격 추가인하 가능성이 충분한데도 공군 항공사업단은 한국항공에서 주 날개를 생산하는 방안을 그대로 받아들여 국방부 연구개발관실에 건의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록히드가 2002년 11월 공군에 제시한 생산단가는 280만달러로 한국항공이 제시한 268만달러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록히드에 거액의 손해배상금까지 물어주고 생산업체를 바꾼 것은 국방부의 ‘명백한 직무유기’라는 입장이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이 같은 의혹을 자체 감사했지만 관련업체의 확인서만을 근거로 서류조작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국방부와 한국항공 반응=국방부는 “주 날개를 국내에서 생산하면 1억3160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신규 고용창출과 수출가격 경쟁력 향상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면서 “감사원 조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항공측도 “현재 계획된 T-50의 납품 예상규모는 94대로 이를 국내 생산할 경우 1억3160만달러가 절감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는 예산낭비가 아니라 오히려 예산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주장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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