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예정자 손해배상 ‘담합 따른 손해’ 입증하면 가능

  • 입력 2004년 6월 11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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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경기 용인시 동백 죽전 택지개발지구에 아파트를 분양한 14개 건설업체들이 담합을 통해 인근 시세보다 높게 분양가를 결정했다고 발표하자 입주예정자들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건설사가 분양한 가구 수가 1만1000여가구에 이른다는 점에서 엄청난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입주예정자들이 실제로 손해배상을 받아낼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은 소비자 일부가 소송에서 이기면 피해 당사자들이 모두 배상을 받는 집단소송제나 한국소비자보호원 등 제3자가 당사자를 대신해서 소송을 내는 소비자단체소송제가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따라서 배상을 받으려는 입주예정자들은 대표기구에 위임장을 내고 공동으로 변호사를 선임해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피해 당사자들이 소송에서 이기려면 기업의 고의과실 여부와 손해 정도를 입증해야 한다. 다만 법원에 공정위의 담합 결정 자료를 제출하면 고의과실을 직접 입증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입주예정자들은 건설사의 담합으로 손해를 얼마나 봤는지를 입증해야 하는데 분양가가 인근 시세에 비해 높았다는 점만으로 손해 정도를 증명할 수 있을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건설사들이 분양원가와 건축비 등 기업비밀 자료를 내줄지도 의문이다.

또 입주예정자들이 당장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공정거래법 57조에 따르면 입주예정자들은 건설사들의 행정소송 등을 거쳐 공정위의 시정조치(시정명령 과징금 등)가 ‘확정’된 후에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물론 입주예정자들이 공정거래법이 아닌 민법을 근거로 당장 소송을 걸 수는 있지만 이렇게 되면 공정위 결정과 별개로 직접 고의과실 여부를 입증해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입주예정자들은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해당 건설사와 협상을 벌여 배상을 받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공정위 결정에 대해 “억울한 부분이 많다”며 법적 이의 절차를 밟으려는 건설사들이 협상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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