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위험 사우디유전]테러당해도 70년대식 쇼크없다

  • 입력 2004년 6월 2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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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시설이 테러 공격을 받는다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원유생산 거점인 호바르에서 최근 테러가 발생해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사우디 유전 및 정유시설에 대한 테러 가능성을 집중 분석했다.

▽사우디, “3만명이 철통경비하고 있어 문제없다”=사우디 정부에 대한 자문을 맡고 있는 보안전문가 나와프 오바이디는 “테러가 시도되더라도 성공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한다. 그는 “24시간 사우디 원유 및 정유시설 경비를 맡고 있는 인력이 3만명에 이르며 중요한 시설에 대해서는 항공기까지 동원해 감시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사우디는 석유시설 경비 강화를 위해 최근 2년 사이에만 7억5000만달러(약 9000억원)를 추가로 투입했다. 낙관론자들은 또 석유공급에 차질을 주기 위해서는 송유관이 아닌 핵심시설을 파괴해야 하는데 이들 시설은 이중삼중의 철통경비를 하고 있어 테러리스트들의 침투가 어렵다는 점을 든다.

▽보안 전문가, “방심은 금물이다”=그러나 보안전문가들은 철통 경비에도 불구하고 허점은 있다고 지적한다. 제임스 울시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내부 공모자만 있으면 언제든지 핵심시설에 침투할 수 있다”며 “아람코(사우디의 국영석유회사)에 내부 협력자만 확보하면 석유시설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보 전문가인 로버트 바엘은 사우디 최대 석유 수출항으로 하루 450만배럴을 수출하고 있는 걸프해역의 라스타누라 항만이 테러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폭발물을 실은 소형 잠수함이나 보트로 테러를 시도하면 라스타누라는 몇주 동안 정상적인 작업이 불가능하게 돼 석유공급에 치명적인 피해를 미칠 수 있다는 것. 바엘은 9·11테러 방식으로 비행기를 납치해 사우디 최대 정유시설인 아브카이크를 파괴하는 데 성공할 경우 이후 두 달간은 처리 용량이 현재 하루 700만배럴에서 100만배럴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테러가 성공한다면…=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들의 경우 과거보다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감소했고 그동안 전략비축유를 축적해 왔기 때문에 1970년대와 같은 충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현재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여력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사우디의 석유시설이 마비된다면 가격폭등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1990년까지만 해도 하루 550만배럴이었던 OPEC의 증산 여력은 현재 200만배럴로 줄었고, 이 또한 대부분 사우디가 가지고 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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