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 “어디 좋은 이름 없나요” 통합은행 이름놓고 고심

  • 입력 2004년 6월 1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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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로 할까요, 아니면 한미로 할까요. 정말로 고민되네요.”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서울지점의 통합은행 이름을 놓고 씨티그룹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씨티와 한미라는 이름 모두 버리기엔 아깝기 때문이다. 두 이름 다 고객이 오래 기억하고 호감을 느끼는 좋은 이름이라는 것.

1일 금융계에 따르면 씨티그룹 내부에서 통합은행의 이름을 놓고 한미은행 지지자와 씨티은행 지지자가 맞서고 있다.

한미은행 지지자들은 현지화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2001년 멕시코의 최대 은행인 바나멕스은행을 인수한 뒤 현지화를 위해 이름을 바꾸지 않았다.

1983년부터 사용된 한미은행 브랜드가 한국인들에게 더 친숙하고 씨티은행 브랜드는 자칫 외국계라는 거리감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논거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지지자들은 세계적인 브랜드파워를 활용해야 한국의 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세계적인 브랜드 평가 회사인 ‘인터브랜드’의 조사 결과 2003년 씨티은행 브랜드의 가치는 세계 100대 브랜드 가운데 13위, 185억70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바나멕스은행은 멕시코 최대 은행으로 인지도가 높았지만 한미은행은 규모가 중하위권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융계 관계자는 “씨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에 대해 언론들이 좋은 평가를 내리면서 씨티은행 지지자들의 입지가 강화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가지 이름을 모두 사용하는 방안은 어감상 대안에서 제외됐다. ‘씨티-한미은행’이나 ‘한미-씨티은행’을 줄이면 ‘씨한은행’ 또는 ‘한씨은행’. 발음상 ‘시한부(時限附)’ 또는 ‘한시적(限時的)’의 뉘앙스가 있어 채택하기 어렵다는 것.

통합은행의 이름은 통합을 주도하는 은행의 이름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은행의 내부 정치 혹은 영업전략상의 고려가 작용하기도 한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통합할 당시에는 은행장 자리를 김정태(金正泰) 당시 주택은행장이 차지하는 대신 국민은행이 통합은행의 이름이 됐다.

외환위기 직후 충청은행을 합병한 하나은행은 주민들의 마음을 얻고 영업성과를 높이려고 충청 지역에서만 ‘충청-하나은행’이라는 이름을 썼다.

신한은행은 2006년 조흥은행을 합병할 때 합병은행의 이름에 ‘조흥’이라는 단어를 넣겠다고 약속해 조흥은행 노조를 달래놓은 상태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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