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토지와 건물을 별도로 합산해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을 산정하거나 집주인이 살지 않는 비(非)거주 주택에 대한 누진세율 적용을 배제하는 등 당초 방안보다 완화된 부분이 있다. 정부가 급격한 세금 인상에 따른 조세 저항을 예상하고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부가 당초 부동산 보유세(재산 및 종합토지세) 인상과 함께 약속했던 부동산 거래세(취득, 등록세) 인하는 세수(稅收) 확보 문제로 당분간 시행하지 못한다고 밝혀 어느 정도의 조세 저항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보유세 개편 방안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지 세금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러 지역에 땅이 많은 사람은 세금 부담이 많이 늘 수도=보유한 토지에 붙는 종합토지세는 현재도 개인별로 전국의 토지소유가액(價額)을 합산해 그 가액이 높은 사람에 대해서는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보유세제 개편방안이 시행되더라도 건물에 붙는 재산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제도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번에 개편 방안을 내놓으면서 새롭게 포함시킨 토지 분야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인 ‘2개 이상 시군구에 토지를 보유한 사람’들이다.
정부는 당초 토지소유가액이 일정액 이상인 고액 보유자만 종합부동산세를 물리기로 했으나 부동산 투기 억제 차원에서 ‘2개 이상…’ 규정을 새로 포함시켰다.
물론 이 규정이 최종 입법 과정에서 포함될지는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한 만큼 채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가격이 낮은 땅을 소유하고도 여러 시군구에 걸쳐 있다는 이유로 세금을 더 내야 하는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예컨대 경북과 경남, 전남에 토지를 소유한 사람의 토지 가액이 3000만원인 사람은 ‘2개 이상…’ 규정 때문에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되지만 서울에 10억원짜리 땅을 한 필지 소유한 사람은 과세 대상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多)주택자는 중과(重課)=건물 분야 보유세에 대해서는 1차적으로 시군구가 관할 구역 내 건물에 대해 지금과 마찬가지로 재산세를 매긴다. 그 대신 종합부동산세는 △주택 및 사업용 건물에 대해 개인별로 합산 과세 △주택만 합산 과세 △비거주 주택은 최고세율로 중과하는 방안이 나와 있다.
그러나 재정경제부는 공장, 상가 등은 보유세를 중과하면 보유세 부담이 중소기업이나 영세 사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거주 주택에 대해 최고세율로 중과하는 방안도 임대주택 사업자의 세금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에서 배제시키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주택만 개인별로 합산 과세하는 방안이 최종적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감면 제도는 입법 과정에서 마찰이 있을 듯=정부는 지방세 감면 규정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과세표준(과표) 및 탄력세율(일정 범위 내에서 세율을 조정할 수 있는 것) 결정권이 있어 정부가 추진 중인 보유세 강화 방안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
실제로 서울 강남구는 정부가 지난해 10월 보유세 강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재산세율을 30% 내리기로 했다.
물론 정부는 이번 방안을 통해 종합부동산세 감면 규정으로 법령에 의한 비과세 감면만 인정하는 방안과 지자체 조례에 의한 감면도 인정하는 방안 등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자체 반발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법령에 의한 비과세 감면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이 흐트러질 수 있는 만큼 지자체들과 적지 않은 마찰이 예상된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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