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명품과의 전쟁’ 한달째… 단속 비웃는 짝퉁시장

  • 입력 2004년 5월 31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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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D패션몰 4층. ‘짝퉁’이라 불리는 가짜 명품 가방들이 가득 진열돼 있었고 가게마다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20∼40대 여성손님들로 북적댔다. 상인 정모씨(31·여)는 “다른 매장들은 요새 파리만 날리는데 그래도 짝퉁 가게들은 주말이면 20∼30명의 손님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경찰은 법무부 등 정부 부처의 ‘지적재산권 침해방지 종합대책’에 따라 4월 말∼6월 말을 ‘특별단속기간’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최근 짝퉁을 제조 판매해 온 업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특별단속에도 짝퉁 시장은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다.

▽‘소비자는 허세, 상인은 현금장사’=짝퉁을 즐겨 산다는 안모씨(25·여)는 “명품을 갖고 싶지만 너무 비싸기 때문에 짝퉁을 산다”고 털어놓았다.

10만원대의 짝퉁 가방을 산 김모씨(32·여)는 “백화점에서 사면 300만원 정도 한다”며 “짝퉁을 메고 다녀도 다 진짜인 줄 아는데 굳이 비싼 돈 주고 정품을 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가짜로 모양내기를 원하는 소비자의 맞은편에는 극심한 내수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제조업자들이 있다.

짝퉁 전문상인 이모씨(47)는 “정품 몇 개 파는 것보다 짝퉁 하나 파는 게 이문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보통 크기의 짝퉁 가방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1만5000∼2만원. 가짜 원단 및 부자재비가 각각 6000여원에다 수공비는 7000∼8000원 정도라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 상인들은 이를 정품 가격의 절반 정도에 팔기 때문에 적어도 10배 이상의 이익을 남기는 셈이다.

또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거래의 특성상 결제는 현금만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상표법 위반으로 단속에 걸린 제조업자들이 ‘장사가 안 돼 다 죽게 생겼는데 현금이 생기는 짝퉁이라도 팔아야 할 것 아니냐’며 오히려 화를 낸다”고 말했다.

▽‘100억원어치는 기본’=경찰이 4월 26일∼5월 29일 한 달여 전국에서 상표법 위반으로 단속한 건수는 799건. 2003년 한 해 단속건수 1910건의 40%를 넘는 수치다.

경찰청 관계자는 “올해 초 미국이 한국을 지적재산권 우선감시대상국으로 꼽았고 유럽연합(EU)의 통상압력도 예상돼 정부 차원의 위기의식이 고조된 상태”라며 “그러나 단속기간인데도 짝퉁의 제조 판매가 수그러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청량리경찰서 김모 경사는 “짝퉁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자들은 1∼2년이면 정가 기준으로 100억원어치 정도의 물건을 만든다”며 “한국은 홍콩과 함께 짝퉁의 ‘쌍두마차’로 꼽힌다”고 말했다.

특허청 산업재산보호과 최병용 사무관은 “짝퉁 시장 규모가 정품 시장 규모와 비슷하다고 추정될 정도로 가짜 명품이 만연해 있다”며 “이는 다른 나라와의 통상무역 협상시 상당히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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