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가동률 81%’는 착시현상

  • 입력 2004년 5월 24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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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가동률은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투자는 오히려 줄어들고….”

2004년 한국 경제의 현주소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4분기(1∼3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81.5%. 이는 1995년 2·4분기(4∼6월)의 81.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면 이 정도 수준의 가동률에서라면 기업들이 시설투자를 서둘러야 할 시점. 그러나 올해 1·4분기 설비투자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3.0% 감소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宋泰政) 연구위원은 이 같은 ‘불일치’를 산업간 경기양극화현상 때문으로 설명했다. 보통 기업들은 설비투자 조정압력(산업생산 증가율―생산능력 증가율)이 커지면 설비투자에 나서게 된다. 즉 생산 증가속도가 생산능력 증가속도보다 커지면 기업들이 투자에 나선다는 것.

1·4분기 제조업의 설비투자 조정 압력은 평균 7.9%에 이른다. 그런데 LG경제연구원이 설비투자 조정 압력을 산업별로 조사한 결과 제조업 평균을 넘는 업종은 반도체(39.2%) 통신기기(15.8%) 영상 및 음향기기(7.9%) 등 3개 업종에 불과했다. 나머지 업종은 모두 평균 이하였고 아예 설비투자 조정압력이 마이너스인 업종도 전기기계, 가전, 섬유 등 수두룩했다.

송 연구위원은 “수출 호조로 잘나가는 3개 업종을 제외할 경우 올해 1·4분기 제조업 설비투자 조정압력은 2.7%로 떨어진다”며 “이 때문에 착시현상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산업은행이 3월에 2367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16.7%는 투자 부진의 이유로 ‘설비과잉’을 들었다.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돼도 설비투자가 그만큼 높아지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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