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뱅크-워크아웃 대행”신용불량자 두번 울린다

  • 입력 2004년 5월 13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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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 사는 40대 주부 이모씨는 지난해 신용카드 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됐다.

이씨는 배드뱅크가 출범한다는 소식을 듣고 인터넷에서 ‘배드뱅크 신청’을 검색했다. 그러자 관련 사이트가 줄줄이 떴고 이씨는 A사이트에 들어가 ‘개인 워크아웃, 배드뱅크 무료신청 및 상담’ 코너를 클릭했다.

이어 그럴듯한 배드뱅크 신청서 양식이 화면에 떴고 이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주민등록 번호와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를 입력했다. 얼마 후 자신이 상담원이라고 밝힌 남자가 전화를 걸어와 “배드뱅크 신청을 대행해 줄 테니 15만원을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그때서야 배드뱅크의 정식 사이트가 아님을 알았다. 이씨는 “상담원의 요구를 거절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주민번호 등이 노출된 게 지금도 찜찜하다”며 “주변에서는 생활정보지에 실린 대행사에 수수료를 냈다가 연락이 두절돼 돈을 떼인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부 사금융업자들이 정부의 신용불량자 구제 제도를 악용해 신용불량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이나 생활정보지, 광고 전단지 등을 통해 신용불량자에게 배드뱅크나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 워크아웃 프로그램 신청을 대행해 주겠다며 수수료를 받아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인 신용정보가 유출돼 악용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배드뱅크 관계자는 “14일 배드뱅크 지원 대상자를 확정해 17일부터 우편으로 통보하는 한편 인터넷 홈페이지에 대상자 명단을 올릴 방침”이라며 “대상자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신청을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이 같은 경우로 피해를 본 사례가 콜센터에 대거 접수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주의보를 홈페이지에 올리기로 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도 “신용회복위원회를 방문하면 하루 만에 신청 절차가 끝나고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상담이나 예약을 할 수 있다”며 “대행업체를 이용하면 오히려 서류가 미비해 퇴짜 맞을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조성목 비제도금융조사팀장은 “이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를 검토 중”이라며 “일단은 신용불량자들이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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