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가-中쇼크 괜찮다”낙관론

  • 입력 2004년 5월 7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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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악재가 겹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현재의 경제 상황을 ‘문제없다’로 진단했다.

국제유가의 고공 행진, 중국 쇼크, 외국인들의 한국 증시 이탈, 경기침체 장기화 등 각종 악재가 한국 경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러다보니 정부 차원에서 별다른 대책도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7일 오전 금융정책협의회와 경제장관회의를 잇달아 열어 금융시장 등 최근 경제 동향을 집중 논의했다. 결론은 “지금의 경제는 불안한 상황이 아니다”는 것.

이에 따라 현 경제팀이 경제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하면서 각종 악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경기 호조세?=이날 열린 경제장관회의는 정부가 현 경제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재정경제부는 이 회의에서 국내경제 동향에 대해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고, 소비는 4월 중에 다소 회복될 것이며 투자도 선행지표가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활동 동향자료에 따르면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 도소매판매는 3월 중 전월대비 2.1% 감소했으며 특히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5%로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는 폭설, 윤달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고 4월 중에는 다소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설비투자도 3월 중 전년 동월 대비 6.8%나 감소했는데도 선행지표의 움직임을 보면 곧 회복될 것이라는 게 재경부의 진단.

이어 재경부는 고용 사정이 풀리지 않고 생산자물가가 지난달 5년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는데도 실업과 물가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주 국내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이른바 ‘중국 쇼크’에 대한 인식도 다르지 않았다.

산업자원부는 “중국의 긴축정책이 무선통신기기와 브라운관 등 일부 소비재의 수출 감소를 가져오겠지만 국내 산업과 수출에 전반적으로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제3의 오일쇼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유가에 대한 정부의 전망은 어둡지 않다.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경제장관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현재의 고유가에 대해서는 뉴욕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국의 재고 감소 등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며 “구체적인 하락 시기는 점치기 힘들지만 1∼2개월 후에는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정부=이헌재 경제팀은 올해 들어 내수 침체가 계속되고 투자가 곤두박질치는 과정에서도 낙관적인 전망만 쏟아놓았다. ‘올해 한국 경제는 5%대 후반 성장할 것’, ‘올해 취업자 수가 지난해에 비해 55만명 늘어날 것’이라는 발언이 잇따랐다.

물론 지난해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았던 데다 수출 호조로 이 같은 전망이 적중할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는 “‘체감(體感)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소비와 투자가 바닥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장밋빛 전망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정부의 인식과 달리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는 현재의 국내외 경제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宋泰政) 책임연구위원은 “서부텍사스 중질유가 배럴당 40달러까지 오르는 등 고유가는 하반기 한국과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 세밀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얼마 전 공식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고유가가 지속되면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평균 0.8%포인트씩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丁文建) 전무는 “중국의 긴축정책으로 올 1·4분기(1∼3월) 9.7%였던 경제성장률이 7%대로 내려앉을 경우 한국은 5%의 성장률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안일한 인식과 태도가 아니라 정확한 상황 판단과 최악에 대비한 대책을 통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부문현재 상황

정부 인식
유가6일 중동산 두바이유 34.53달러로 14년 만에 처음으로 34달러선 돌파고유가는 일시적 현상으로 1, 2개월 내 안정될 것
소비3월 중 도소매판매 전년동월대비 소폭(0.9%) 증가했으나 전월대비 ―2.1% 기록. 특히 소매판매는 전년동월대비 ―3.5%로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

3월 중 소비는 증가세가 둔화됐으나 4월 중에는 회복될 전망

투자3월 중 설비투자 전년동월대비 6.8% 감소선행지표인 국내 기계 수주와 기계류 수입은 두 자릿수 증가세
실업3월 중 실업률 3.8%로 전달에 비해 0.1%포인트 하락. 그러나 정규직은 줄고 임시직은 증가취업자 수가 5개월 연속 증가하는 등 고용사정 개선
물가4월 중 생산자물가 5.5% 상승, 5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 기록. 4월 중 소비자물가는 전월과 같은 수준 유지했으나 전년동월대비로는 3.3% 상승소비자물가가 추세적으로 안정되고 있고 부동산 가격도 상승세 진정
주가종합주가지수가 지난달 26일부터 6일까지 8거래일 동안 100포인트 하락

유가 급등,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이 겹쳐 큰 하락했으나 조만간 하락세 멈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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