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비 부채질’ 결국 화근

  • 입력 2004년 5월 4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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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저축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위협받고 있다.

낮은 저축률이 계속될 경우 본격적인 경기 회복기에서 필요한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제전문가들은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개인의 소득을 늘려 저축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장 위주 정책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주범은 정부의 소비 진작책=개인저축률 급락은 김대중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무리하게 소비를 부추긴 탓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1999년 5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 폐지를 시작으로 신용카드 이용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에 나섰다. 이후 몇 년간 신용카드 시장은 급격히 팽창했다. 또 저금리 정책으로 2001∼2002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익을 챙긴 개인들의 소비성향도 높아졌다.

하지만 2001년 7.5%, 2002년 6.6%로 청년실업률은 오히려 높아지고 과도한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신용불량자 급증으로 가계의 소득은 오히려 감소했다.

선우석호(鮮于奭晧)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당시 김대중 정부가 소득공제 등 신용카드 이용에 따른 혜택을 크게 늘리는 바람에 개인들은 향후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고 미래의 소득까지 앞당겨 써버렸다”면서 “2002년 이후 경기가 급속히 위축됐지만 이미 확대된 소비성향이 당장 줄지 않아 저축률이 크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 통한 가계소득 증대=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저축률이 설비투자와 ‘동반 하락’을 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한다. 투자가 극심하게 위축된 상황이어서 저축률이 낮아도 투자자금 부족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경기가 본격 회복기로 접어들어 기업의 설비투자 등이 본격화되면 현재의 저축률로는 국내에서 자금 수요를 충당할 수 없어 해외에서 자금을 빌려와야 한다. 따라서 국제수지가 악화되고 외채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내수가 크게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소비를 억제하고 저축률을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2003년의 개인저축률이 5%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추산했지만 이는 주로 극심한 소비 위축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과 같은 수출주도형 경제는 일정 수준의 저축률을 유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丁文建) 전무는 “대만 등 경쟁 국가는 물론 내수 위주로 경제가 운영되는 선진국에 비해서도 저축률이 낮아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낮은 저축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결국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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