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진 대책효과 “수요억제 초점… ‘반짝 약발’ 그쳐”

  • 입력 2004년 4월 28일 18시 41분


코멘트
‘1·8’, ‘3·6’, ‘8·9’, ‘9·4’,….(2002년)

무엇을 뜻하는 숫자들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 이것은 어떤가.

‘5·23’, ‘9·5’, ‘10·29’…. (2003년)

맞다. 굵직굵직한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이 발표된 날짜다. 사소한 것까지 치면 2002년 이후 한 달에 평균 3, 4건의 대책이 쏟아졌다. 이들 대책의 키워드는 ‘(투기) 단속’ ‘규제’ ‘금지’ ‘제한’ ‘(세금) 중과’ 등이다. 대책의 초점이 주택 공급을 초과하는 주택 수요를 억제하는 데 맞춰졌다.

▽주요 대책=특정 분야를 집중 공략하는 ‘테마형 종합대책’으로 첫선을 보인 게 지난해 ‘5·23대책’이었다. 목표는 투기과열지구 내 투기열풍을 꺾는 것이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건설되는 300가구 이상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한 청약 자격을 청약통장 가입자에게만 주고 분양권 전매도 제한했다. 아울러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아파트에 대해 사업승인일 이후에도 조합원 지위의 전매를 금지했다.

넉 달 뒤 나온 ‘9·5대책’은 하룻밤 사이에 1000만∼2000만원씩 오르던 재건축아파트 시세 급등세를 저지하는 데 주력했다.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 전체 가구 수의 60%를 중소형 평형으로 짓도록 의무화하고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 자격의 전매를 금지했다.

‘9·5대책’의 약발이 한 달을 못 가자 ‘최후의 승부수’격인 ‘10·29대책’이 발표됐다. 자금줄을 죄고 세금을 중과하고 집값 급등 지역에 주택거래 신고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각종 규제책이 총동원됐다.

설 연휴 이후 집값은 또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부는 주택거래 신고제 및 부동산 공개념 제도 도입 방침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확인했다.

3, 4월 ‘시티 파크’, ‘위브 더 스테이트’ 등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 투기 광풍에 뒤이어 이달 26일 주택거래신고제가 발효되면서 부동산시장은 일단 소강 국면으로 빠져 들고 있다.

▽효과 있었나?=대부분의 대책은 기대했던 효과를 낳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9·5대책’의 실패가 대표적인 사례. 당시 집값 급등의 주범인 재건축아파트를 겨냥한 이 대책은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기존 아파트 값 급등의 신호탄 역할을 했다. 잠시 주춤하던 재건축아파트 시세도 덩달아 뛰어 한 달 만에 종전 시세를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수요 억제책보다는 현실성 있는 공급 확대책 △400조원이 넘는 부동산 시장 내 부동자금을 생산적인 부문에서 흡수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근본 처방을 주문하고 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