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우량주 “자회사 잘둔 덕분에…”

  • 입력 2004년 4월 22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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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운 자식 효자 노릇 톡톡히 하네….’

최근 대형 우량주들이 자(子)회사의 이익 증가에 힘입어 ‘깜짝 성적표’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지분법 평가이익의 매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자회사의 성장세가 기대된다”는 이유로 모(母)회사에 대한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지주회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아들아, 너를 믿는다’=LG전자의 1·4분기(1∼3월) 실적에 대한 증시의 평가는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기대를 웃도는 실적)’. 자회사인 LG필립스LCD가 실적 개선의 1등 공신이다.

이번 분기에 LG전자가 얻은 LG필립스LCD의 지분법 평가이익은 3132억원. LG전자 경상이익(7320억원)의 43%에 해당한다. 이에 힘입어 LG전자의 경상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70%, 209% 증가했다.

JP모건증권은 “LG전자의 모든 사업부문에 걸쳐 영업마진이 악화됐으나 LG필립스LCD의 성장세가 이를 상쇄시켰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 배승철 연구원은 “LG전자의 주가는 당분간 초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패널 가격의 동향에 민감하게 연동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력사업인 가전이나 휴대전화 단말기가 아닌 LCD사업 관점에서 LG전자를 분석한 것.

삼성SDI의 경우 해외 법인으로 운영되는 자회사의 실적개선 기대감이 부각됐다. 동유럽 공장의 브라운관(CRT) 분야 성과가 지분법 평가이익을 통해 경상이익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이 밖에 NHN은 NHN저팬의 지분법평가이익이 올해 30억∼50억원 늘어날 전망. CJ엔터테인먼트는 CGV에서 나오는 이익이 자체 영업이익보다 70억원가량 많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게 됐다.

▽효자 키우기, 쉽지는 않다=우량 자회사나 계열사를 보유할 경우 지분법 평가이익과 함께 배당수입 증가 등 자산가치가 커지는 효과가 있다.

최근 2개 지주회사 분할을 결의한 ㈜LG와 풀무원, 이수페타시스, 한화 등 지주회사에 관심이 몰리는 것도 이 때문.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으로 자산가치가 늘고 있는 삼성물산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자회사들이 모두 ‘황금알을 낳는 거위’ 노릇을 하지는 않는다.

LG전자는 또 다른 자회사였던 LG필립스디스플레이가 잇단 적자를 내며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하자 작년 말 이를 영국 웨일스법인에 매각했다. 스포츠 복권사업의 회생을 노리는 오리온도 작년에는 스포츠토토의 부실로 300억원대에 이르는 지분법 평가손실을 봤다.

자회사 의존도가 너무 커지는 것도 문제다. 지분법 평가이익은 실제 현금으로 들어오지 않는 재무제표상의 이익으로 모회사의 성장을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미래에셋증권 김경모 기업분석실장은 “핵심은 결국 기업 자체의 영업 능력”이라며 “삼성전기는 과거 삼성카드에서 상당한 지분법 평가이익이 발생했으나 영업이익 성장세가 멈추면서 주가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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