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전환 증권사 “미래 불투명”

  • 입력 2004년 4월 19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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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주가 상승에 힘입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증권사 내부에서조차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잇따르는 등 수익구조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9개 증권사(외국증권사 포함)의 2003 회계연도 세전이익은 1조650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도 4370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

이 가운데 국내 증권사 44곳의 세전이익은 1조2972억원으로 적자를 낸 2002 회계연도보다 2조563억원 늘어났고, 외국 증권사 15곳의 이익은 3532억원으로 311억원 증가했다.

작년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증권사들이 회사 돈으로 투자한(자기매매) 유가증권 가격이 많이 오른 덕분이다. 이 기간 증권사의 자기매매 이익은 1조6135억원으로 전년도 5837억원 적자에서 큰 폭의 흑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증권사 살림살이에서 의존도가 가장 높은 주식중개 수수료 수익은 4조3318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3856억원(8.2%) 줄어들었다.

증시 관계자들은 그 원인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거래대금 및 수탁액 감소 △증권사간 경쟁 심화 △수수료율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을 꼽는다.

증권사 내부에서 조차 지난해 주가 상승에 의존한 흑자 반전을 ‘빛 좋은 개살구’로 깎아내리는 분위기다.

동원증권은 최근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는 제목의 증권업종 분석보고서를 내고 증권사의 취약한 수익구조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회사 이철호 애널리스트는 “44개 증권사가 2조6000억원 수준의 오프라인 수수료 시장을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대형 증권사조차 안정적인 자기자본수익률(ROE) 10%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10%대의 ROE를 유지하려면 개인들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3조원 이상은 돼야 하나 작년 10월 이후 2조5000억원대에 그치고 있다. 은행의 증권업 진출도 증권업 영업환경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LG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등도 이런 이유 등을 들어 다른 증권사에 대한 투자의견을 부정적으로 내놨다.

이철호 애널리스트는 “증권사들이 그나마 경쟁력이 있는 고수익 위험자산 판매에 역량을 집중하고 차별화를 통한 시장 과점화가 진행되면 생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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