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파동 근로자에도 ‘유탄’

  • 입력 2004년 4월 6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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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공단의 한 가구공장에서 12년간 일했던 김재현씨(48·인천 남구 주안동)는 2개월 전 회사를 그만뒀다.

김씨는 요즘 매일 새벽 인력시장이 서는 남구 용현동의 일명 ‘독쟁이고개’에 나가 경력을 살릴 수 있는 목수 일거리를 찾는다.

김씨가 회사를 그만 둔 이유는 원자재난으로 공장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급여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잔업(시간외)수당 등이 줄어 생계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원자재 파동이 장기화하는 바람에 수도권 주요 공단의 공장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숙련 근로자들이 회사를 떠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숙련 근로자들의 산업현장 이탈은 생산성 저하 등으로 이어져 경기침체로 고통을 받는 중소기업을 더욱 침체의 늪에 빠뜨리고 있다.

▽생계 곤란으로 퇴사 속출=3월 초 경기 시흥시 시화공단의 방화문 제작업체인 S사에서 일했던 숙련공 2명이 회사를 떠났다.

올해 초부터 철강 가격이 껑충 뛰고 원자재를 제때 구하기도 어려워진 데다 내수 침체로 잔업마저 없어져 수당이 크게 줄자 생활고가 심해진 숙련공들이 사표를 던진 것.

이들의 기본급은 월 110만여원. 시간외수당을 합쳐 170만∼180만원의 급여를 받았지만 공장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수당이 거의 사라졌다. “생활이 안 돼 떠나겠다는 직원을 잡아둘 수 없잖아요. 원자재값 폭등으로 공장을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가 나고….” 이 회사 최모 사장(54)은 “외환위기 때도 견뎠는데 지금이 기업하기 더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손 잡기 안간힘=공업용 선풍기와 환풍기, 송풍기 등을 생산하는 남동공단 동건공업㈜은 2, 3월 5명의 숙련 근로자가 회사를 그만두자 공장가동률을 높이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수출계약을 한 이 회사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수출물량 중 20만달러어치를 종전 가격으로 공급하기로 하고 공장을 돌리고 있다.

이 회사 김장환 이사는 “조금 손해가 있더라도 공장을 돌려야 야근수당 등이 생겨 직원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숙련공이 계속 일을 그만두게 되면 결국 생산성이 저하되기 때문에 고육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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