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한국 경제의 현주소]기약 없는 바닥경기

  • 입력 2004년 4월 6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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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세일 매장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 일제히 봄 정기세일에 들어간 백화점들은 온갖 판촉에도 불구하고 세일 첫 주말 매출이 작년보다도 줄어들자 허탈한 표정이다. 6일 서울의 한 백화점 숙녀복 매장은 세일기간 같지 않게 한산했다. 강병기기자
한산한 세일 매장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 일제히 봄 정기세일에 들어간 백화점들은 온갖 판촉에도 불구하고 세일 첫 주말 매출이 작년보다도 줄어들자 허탈한 표정이다. 6일 서울의 한 백화점 숙녀복 매장은 세일기간 같지 않게 한산했다. 강병기기자
《“선거철이 됐는데도 예전과 달리 매출이 오를 기미가 영 안 보이네요. 2월보다는 3월이, 3월보다는 4월이 더 나빠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음식점 ‘놀부집’ 센트럴시티점 강명원 점장의 한숨이다.

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운전사 강성훈씨(37)는 “불황도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며 “경기가 나빴던 지난해보다 손님이 30% 정도 줄어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는 날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기가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생활현장에서는 봄 기운을 찾아보기 힘들다.》

2일부터 일제히 세일에 들어간 백화점들은 첫 주말과 연휴 3일간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세일 때보다 3.9∼6% 줄었다. 백화점들은 봄 정기세일을 예년보다 3∼4일 늘려 18일까지 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류성규 점장은 “1998년 외환위기 때는 3개월 동안만 매출이 줄었는데 지금은 14개월째 줄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전망이 어둡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현대백화점 서울 압구정 본점에서 만난 주부 허수연씨(34·압구정동)는 “세일이라고 백화점에 와도 정장류의 비싼 옷이나 할인점에서도 파는 식품류는 안 산다”고 말했다.

사이버쇼핑몰도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중 사이버쇼핑몰의 거래액은 6052억원으로 1월보다 536억원(8.1%) 줄었다. 1월도 전달보다 414억원(5.9%) 감소했었다.

불황을 가장 실감하는 분야는 음식점들. 어느 때보다 선거 관련 감시가 강화된 탓도 있지만 가족 외식을 주로 하는 레스토랑들도 사정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삼겹살집 종업원 조재일씨(26)는 “경기가 좋았던 2002년에 비해 손님이 절반도 안 된다”며 “그나마 20명이 회식을 하러 오면 예전에는 40만원어치 정도 먹었지만 요새는 20만원어치도 안 먹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카이락, 빕스 등 외식업체를 운영하는 CJ푸드빌은 올 3월 매출액이 80억2700만원으로 2월(90억5400만원)보다 11%가량 줄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강남타워의 식당가는 매출이 지난해보다 평균 5%가량 떨어졌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하반기에도 내수가 회복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수출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반도체, 휴대전화, 초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 자동차, 조선 등 5대 품목이 주도해 일종의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다른 업종까지 확산되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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