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월드]자동차3사 대표 세일즈맨의 ‘영업 노하우’

  • 입력 2004년 3월 8일 1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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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3색의 영업 노하우를 가진 자동차회사 판매왕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기아자동차 허영봉 과장, 현대자동차 최진성 과장, 대우자동차판매 박노진 이사.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3인 3색의 영업 노하우를 가진 자동차회사 판매왕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기아자동차 허영봉 과장, 현대자동차 최진성 과장, 대우자동차판매 박노진 이사.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최근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지난해 자동차를 가장 많이 판 ‘자동차 영업왕’을 발표했다. 이들의 실적은 일반 영업사원의 ‘3배+α’ 수준이다. 국내 자동차시장이 내수 부진으로 몸살을 앓았지만 이들은 목표치 이상을 달성해 각자 연봉 1억∼1억50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은 도대체 어떤 재주가 있는 걸까. 성실하고 첫인상이 좋다는 점만 제외하고는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영업왕’ 3인의 차별화된 영업 노하우를 들었다.

▽수학선생님처럼 논리적으로=기아자동차 교대역지점 허영봉 과장(38)은 학원 수학강사 출신이다. 그래서인지 고객들로부터 “또박또박 논리적으로 설명해준다”는 평을 듣는다.

“요즘 고객들은 단순히 물건을 소비하는 ‘컨슈머’가 아닌 ‘프로슈머’ 성향이 강해요.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정확히 따져가며 산다는 거죠. ‘말발’만으로 영업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그는 1993년 입사 직후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한 달에 3차례씩 구두 뒤축을 갈아야할 정도로 열심히 거리를 누볐고 1994년 신입사원 최다 판매왕을 차지했다.

현재 관리하는 고객의 수는 약 2300명. 이들의 경조사를 챙기고 전단지를 배포하는 데만 한 달 평균 200만∼300만원이 든다. 이런 ‘공’을 들인 대가로 그는 연간 150대의 자동차를 팔고 있다.

그가 스스로 가장 잘한 일로 꼽는 것은 2000년에 경원대 자동차정비과에 진학한 것.

“일본에 연수를 갔을 때 그 곳 자동차 영업맨들은 직접 자동차 엔진도 고칠 수 있을 정도로 전문적이라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저도 말과 발뿐만이 아닌 손과 머리로 일하는 영업맨이 되고 싶었습니다.”

▽확실히 튄다=현대자동차 혜화영업소 최진성 과장(37)에게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면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해바라기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곧바로 들려오는 음성, “안녕하세요, 영업대통령 최진실입니다!”

그는 영업을 시작한 1996년부터 ‘비즈니스 이름’ 최진실로 통한다.

“일단 확실히 강한 인상을 주고 싶었어요. 이름을 한 번 들어보고 ‘본명이냐’고 묻는 것만 해도 그 사람과 더 가까워지는 거죠. 남과 다르지 않으면 나를 세일즈 할 수 없습니다. 나를 팔 수 없는데 차는 어떻게 팔겠습니까.”

또 하나의 ‘튀는 전략’으로는 영업용 복장을 독특하게 입는 것으로 삼았다. 퀵 서비스 배달원 복장을 했다가 교복도 입었다가…. 모방하는 영업맨들이 많아지자 2000년부터 고급 레스토랑 웨이터들이 입는 연미복으로 바꿨다. 이런 차별화 전략의 성공으로 그는 2001년부터 3번이나 ‘올해의 판매왕’으로 뽑혔다.

최 과장은 차가 막혀 ‘신속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반드시 오토바이로 이동하고 ‘장사만 하려 든다’는 생각을 줄까 두려워 명함을 준 모든 사람들에게 직접 손으로 쓴 편지를 보낸다.

“예쁜 편지지를 골라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다…’라고 써요. 확실히 ‘끈’을 맺어 저를 잊지 못하게 하는 거죠.”

▽위기를 기회로, 약점을 장점으로=영업 경력 23년째인 대우자동차판매 동대문점 박노진 판매이사(49)는 1999년 국내 자동차업계 최초의 영업직 임원이 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그가 지난해 말까지 판매한 자동차 수는 3798대.

하지만 그는 “영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지난 뒤에야 진가를 발휘하게 됐다”고 말했다.

“원래 아주 내성적인 성격이었어요. 모르는 사람에게 명함을 건네거나 아무 곳에나 불쑥 찾아가기가 정말 곤혹스러웠죠.”

그는 98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영업 노하우를 터득하게 됐다고 말했다.

“모두들 어렵다고 하는데 그 와중에도 호황인 업체들이 있었어요. 신문 경제면을 꼼꼼히 보고 장사 잘된다는 곳을 직접 찾아다녔죠. 정보통신업종이 잘 될 때 서울 강남 벤처업체들을 찾아다니면서 젊은 사장들한테 고급 세단을 파는 식이죠.”

그는 내수가 꽁꽁 얼어붙었던 지난해에도 호황 산업과 연계된 서울 외곽지역 하청업체들을 찾아다니는 방법으로 재작년보다도 높은 실적을 거뒀다고 했다. “내성적인 성격도 ‘30%는 말하고 70%는 듣는’ 방식으로 전환해 오히려 차별화될 수 있었어요. 저를 보면 좋은 영업맨은 타고 나는 게 아니라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겠죠.”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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