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경영권 어떻게 되나]최태원회장에 무게중심 이동

  • 입력 2004년 1월 9일 18시 18분


코멘트
SK그룹 손길승(孫吉丞) 회장 구속이 임박함에 따라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파트너십 체제’를 유지해온 SK그룹의 경영시스템에 커다란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崔泰源) SK㈜ 회장에 이어 그룹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손 회장마저 구속돼 SK그룹은 다시 한번 위기를 맞고 있다.

SK는 1998년 최종현(崔鍾賢) 회장이 사망한 이후 한국에서는 아주 특이한 최태원-손길승 회장의 투톱(Two-Top) 체제를 유지해 왔다. 최 회장이 충분한 경영수업을 받으며 그룹 총수로 나설 때까지 손 회장이 후견인 역할을 하며 도와주는 구도였다.

당초 손 회장은 98년 그룹 회장직에 취임하면서 1∼2년 뒤 최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길 계획이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6년 넘게 자리를 지켜 왔다.

손 회장의 구속으로 그룹 경영의 무게중심은 급속하게 최 회장 쪽으로 넘어갈 전망. SK 일각에서는 ‘손 회장의 구속기간이 6개월을 넘기지 않으면 투톱 체제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미 소버린자산운용에 대한 경영권 방어 작업이 최재원(崔再源·태원씨의 동생) SK텔레콤 부사장과 SK케미칼 최창원(崔昌源·태원씨의 사촌동생) 부사장 등 오너 일가를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이 과정에서 30대 후반∼40대 초반 신진세력의 위상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손 회장과 함께 그룹 내 원로급 인사들의 물갈이론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직위는 유지하더라도 경영 일선에서는 한 걸음 물러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이 단기간에 그룹 회장을 맡으며 경영 전면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SK해운의 1조원대 자금 유용과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최 회장을 다음주 초 공개소환해 조사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작년에 7개월 동안 감옥생활을 했기 때문에 다시 구속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SK해운 사태까지 겹친다면 그룹 총수 역할이 어려울 수도 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