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투자-대우-대투-한투 줄줄이 매각대기…증권-투신 '새판짜기'

  • 입력 2004년 1월 5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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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8일 영국 런던 ING증권 사무소. 한국투자증권은 보유 중이던 기업은행 주식 4853만여주(10.6%)에 대한 해외 주식예탁증서(GDR) 발행 조인식을 이곳에서 치렀다.

홍성일(洪性一) 한투증권 사장은 GDR 발행 성공요인으로 ‘매각 주간사회사였던 ING증권의 방대한 해외 투자 네트워크’를 꼽았다. 기업은행의 주식을 샀던 200여개 해외 투자자 중 97%가량이 ING가 관리하는 고객이었다.

국내 증권업계의 사정은 딴판이다. 오호수(吳浩洙) 증권업협회장은 “40개가 넘는 국내 증권사들은 좁은 시장에서 똑같은 상품(주식중개)으로 ‘안방 장사’하는 데 치중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LG투자 대우 대한투자 한국투자 등 대어(大魚)급 증권사들이 매각을 기다리고 있다. 이를 계기로 국내 증권·투신업계가 자발적인 ‘새판 짜기’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대로는 살아남기 힘들다”=지난해 말 현재 국내 증권사 수는 44개로 97년 말보다 8개 늘었다. 은행 수가 외환위기 이후 절반으로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맥킨지 컨설팅은 지난해 10월 한국증권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 세미나에서 “44개 국내 증권사 가운데 20여개 증권사의 퇴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온라인 주식거래 활성화와 수수료 인하경쟁으로 거래대금 규모는 증가하지만 수수료 수입은 감소하고 있다. 증권업계 전체의 영업이익률은 99년 10.7%에서 2002년 ―0.1%로 급락했다.

황영기(黃永基) 삼성증권 사장은 “위탁 수수료 중심의 수익구조로는 국내 증권사의 생존이 어렵다”며 “올해 경쟁 격화로 파산 청산하는 증권사가 속출할 것”을 우려했다.

▽증권·투신업계 구조조정 급물살 탈까=매물로 거론되는 증권사는 대체로 10여개에 이른다. 하지만 LG 대우 한투 대투 SK 등 매각을 표방한 증권사를 제외하고는 실제로 매각 의사가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대송(金大松) 대신증권 사장은 “증권사는 은행과는 달리 재벌 및 개인 대주주가 많아 정부가 구조조정을 하라고 윽박지르기 힘든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주식중개 등 비슷한 사업구조도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하지만 김형태(金亨泰) 증권연구원 부원장은 “올해 LG 대우증권 등 대어급 증권사의 매각은 증권업계의 판도를 뒤흔들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투신업계는 외국계 자산운용사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전망이다.

국내 투신시장에서 푸르덴셜 등 13개 외국계 투신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31.13%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엔 미국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가 한국에 진출한다. 운용자산 규모가 30조원을 웃도는 한투운용 대투운용의 경영권을 외국계가 가져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홍(崔鴻) 랜드마크투신운용 사장은 “수탁금액 2조원 이하의 소규모 투신운용사 중심으로 생존을 위한 이합집산이 올해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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