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부문 집중 투자로 세계 초일류 기업 일궜다

  • 입력 2004년 1월 4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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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산업의 쇠퇴, 인건비의 압박, 후발 개발도상국의 추격 등 경영환경 악화는 한국기업만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아니다. 기업역사가 수백년인 선진국의 기업들도 같은 길을 걸었다.

이 시련을 이겨내면 ‘초일류 글로벌 기업’이라는 보상이 주어졌으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변화에 성공한 기업들이 걸어간 길은 크게 세 가지. △핵심역량과 관련 있는 산업으로 다각화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사업으로 진출 △두 전략을 함께 추진하는 경우 등이다. 단순히 싼 인건비만 쫓아 해외로 진출한 기업은 없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인 프랑스의 에르메스는 회사의 핵심역량을 시대변화에 맞게 발전시킨 경우. 에르메스는 회사 로고가 보여주듯 1830년대부터 왕실과 귀족들에게 안장 등 마구(馬具)를 공급하는 기업이었다. 19세기 말에는 유럽과 러시아, 일본의 왕실에까지 납품했다. 그러나 자동차가 보급되자 안장 수요가 격감했다.

변신은 창업주의 손자인 에밀 모리스가 이끌어냈다. ‘가죽 다루는 솜씨는 우리가 최고야.’ 이 같은 핵심역량을 가죽가방 벨트 부츠 등의 생산으로 연결시킨 것. 변신이 없었다면 에르메스는 승마용구를 만드는 소형기업으로 전락했거나 아예 사라졌을 것이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핀란드의 노키아는 목재 가공으로 시작한 회사.

1865년 설립 당시 펄프를 생산하던 노키아는 1990년에는 목재 전력 고무 TV를 생산하는 종합회사로 커졌다. 그러나 현재의 최고 경영자인 욜마 올릴라는 1994년 취임, 기존 사업을 모두 매각하고 소규모 사업부서에 불과했던 정보기술(IT) 부문에 집중했다.미래의 성장산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 단기간에 환골탈태한 것. 노키아는 핀란드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며 증시에서는 시가총액의 67%를 차지한다(2000년 기준).

1802년 설립돼 역사가 200년이 넘는 미국의 듀폰은 사업 다각화를 꾸준히 추구한 사례. 남북전쟁 당시 화약을 생산해 큰돈을 벌었다. 설립 100년째인 1903년엔 세계 최초의 민간연구소를 설립, 화학 및 섬유회사로 변신했다. 이 연구소에서 최초의 화학섬유인 나일론, 탄성이 뛰어난 ‘라이크라’ 섬유 등을 개발했다. 듀폰의 변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90년대부터는 바이오산업에 뛰어들어 첨단의약품을 만들고 있다. 듀폰은 작년 11월 섬유산업을 매각했다. 자동차사업을 포드에 과감하게 매각하고 건설기계와 트럭에 집중한 볼보도 ‘선택과 집중’의 좋은 사례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특별취재팀>

허승호차장(팀장) 이병기 김광현 김태한 박중현 이은우 이철용 홍석민 이나연 허진석기자(이상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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