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 위한 생업자금융자 맞나

  • 입력 2004년 1월 2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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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의 자립을 돕기 위해 정부가 1982년부터 기초자치단체를 통해 실시하고 있는 생업자금 융자제도가 은행의 까다로운 대출규정 때문에 서민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교도소에서 출소한 조모씨(38·여·인천 동구 화수동)는 최근 생업자금 융자신청서를 관할 구청에 낸 뒤 은행을 찾았다가 낙담했다.

차상위계층(소득이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의 120% 이내)에 해당하는 조씨는 꽃집을 운영하려고 생업자금 1200만원 융자를 신청했지만 은행은 보증인이 없으면 대출해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조씨는 “나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누가 보증을 서주겠느냐”고 말했다.

생업자금 융자 대상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으로 신용대출은 1인당 최고 1200만원, 담보대출은 최고 25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시 군 구의 사회복지과에 사업계획서와 신청서를 낸 뒤 은행에 융자를 신청하면 된다.

그러나 융자는 신용불량자가 아니고 기존 금융기관 대출이 2000만원 이하인 사람 중에서 연간 재산세 납세실적이 3만원 이상이거나 연간소득이 1000만원 이상인 경우 가능하다.

지난해 4월 생업자금 신용대출을 신청한 차상위계층 이모씨(46·인천 연수구 선학동)도 은행의 이 같은 까다로운 융자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씨는 “실내포장마차라도 해볼 생각에 생업자금을 신청했지만 현실은 너무 달랐다”고 말했다.

생업자금 지원액이 적은 것도 신청을 꺼리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경기 부천시에서 이뤄진 생업자금 융자 10건은 모두 담보대출이었다. 신용대출을 한도(1200만원)까지 받더라도 창업을 하기에는 돈이 부족하기 때문.

인천의 한 구청 관계자는 “보증인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이 굳이 시청과 문턱 높은 은행을 찾아 융자를 신청하겠느냐”며 “진짜 어려운 서민에게는 융자제도가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생업자금 대출은 맡고 있는 국민은행과 농협은 연체로 인해 여신규정을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다.

농협은 82년부터 지난해 8월 말까지 대출한 생업자금 2697억원 가운데 86억여원(연체율 8.8%)이 연체됐다. 국민은행의 연체금액도 94억여원(연체율 9.33%)에 이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3월 생업자금 융자에 대한 은행의 불만이 커지자 대출 취급수수료를 0.5%포인트 올렸으며 손실 발생시 대출금액의 5%를 보조금으로 은행에 지급하고 있다.

복지부 자활지원과 서태옥씨는 “보증인을 세울 수 없거나 은행 여신규정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융자 받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융자 대상자가 늘어나도록 각종 지원제도를 추가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부천=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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