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장세 끝나가나" 증시 촉각

  • 입력 2003년 12월 10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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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시장이 금리 인상 및 달러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9일(현지시간) 크게 떨어졌다. 미국과 한국 증시의 ‘동조화(同調化)’ 수준을 감안할 때 미국 금융지표의 변동 추이는 한국 증시의 추세를 상당부분 결정짓는 나침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의 신호탄인가?=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9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린 직후 미국 증시는 하락세가 깊어졌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개장 초 10,000선을 지키지 못하고 FRB 발표 직후 약세로 돌아섰으며 나스닥지수도 1,900선을 겨우 지켰다.

FRB가 금리동결을 선언했는데도 주가가 떨어진 이유는 뭘까. FRB는 “현재의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까지는 투자자들이 예상한 시나리오다.

FRB는 이어 “물가가 떨어질 위험과 물가가 상승할 위험이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언급해 저금리 기조의 주요 배경이었던 디플레이션(경기침체기의 물가 하락) 리스크가 감소했음을 시사했다. 또 경기회복의 바탕이 되는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완만한 개선”으로 평가했다. FRB는 그동안 노동시장에 대해 ‘위축(9월)→안정세(10월)→완만한 개선(12월)’으로 평가의 톤을 높여 왔다. 경기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선언이다.

김영익 대신증권 경제조사실장은 “이번 FRB의 금리관련발언은 사실상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며 올해 6월 이후 1%로 유지되던 금리를 늦어도 내년 상반기 이후엔 올리겠다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가파른 달러가치의 하락=최근 달러가치의 가파른 하락도 국내 증시엔 부담스러운 요인. 일본 엔화에 대한 달러 환율은 10일 장중에 106엔대까지 떨어졌다. 이는 2000년 9월 이후 달러가치가 가장 낮은 수준. 엔-달러 환율은 2002년 2월 135엔→올해 9월 118엔→10월 110엔 언저리로 순차적으로 떨어졌다. 그러다가 최근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108엔을 깨고 이날 장중에 106엔대까지 하락한 것.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국내 주가는 내수 위축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증가에 의지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달러 하락세가 가파르게 진행될 경우 주가 상승의 동력이 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악재, 중장기 호재=투자자들이 금리 인상을 우려하는 것은 그동안의 주가상승이 저금리를 통해 마련된 풍부한 자금으로 이뤄졌기 때문. 금리 인상은 곧 유동성 장세의 마지막으로 비칠 수도 있다.

박윤수 LG투자증권 상무는 “금리 인상문제가 도마에 오르는 것은 거꾸로 미국 경제가 본격 회복 국면에 들어갔다는 의미”라며 오히려 ‘경기회복→금리인상→달러강세 전환’의 선순환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리인상은 유동성 축소로 이어져 단기악재로 작용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경기회복을 의미하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달러약세와 관련해 김석규 B&F투자자문 사장은 “엔화강세가 빠르게 진행되는 데 비해 원화가치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올라 수출 면에서 불리할 게 별로 없다”고 분석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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