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직원 밤엔 사장 '투잡스(two jobs)' 증가

  • 입력 2003년 12월 4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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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봉철씨는 “회사일과 레스토랑 운영을 동시에 하는 것이 힘들지만, 젊을 때 고생해서 돈을 벌어야 더 큰 꿈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 레스토랑을 시작했다”고 말했다.변영욱기자
우봉철씨는 “회사일과 레스토랑 운영을 동시에 하는 것이 힘들지만, 젊을 때 고생해서 돈을 벌어야 더 큰 꿈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 레스토랑을 시작했다”고 말했다.변영욱기자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사장?” 한 사람이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투잡스(two jobs)가 늘고 있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직장인들 가운데 퇴근 후나 주말 등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창업을 하는 투잡스족(族)이 확산되고 있다. 창업을 통해 투잡스를 하고 있는 두 사람과의 인터뷰를 통해 투잡스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더 큰 꿈위해 젊었을때 고생" ▼

프랜차이즈 업체인 ‘포유’에서 근무하고 있는 우봉철씨(34)는 밤에는 ‘사장’으로 변신한다.

홍익대 미대 조형디자인과 출신인 그는 회사에서 디스플레이 디자인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가맹업체의 인테리어 설계 및 개발이 그의 주 업무.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는 올해 3월 ‘포유’가 운영하는 ‘섬마을 이야기’ 가맹점을 공동창업하면서 사장으로 변신했다. 섬마을 이야기는 해산물을 주 재료로 하는 퓨전 레스토랑. 그렇지만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 투잡스족으로 변신한 것.

“저는 여전히 디스플레이 디자이너의 길을 걷고 싶습니다. 다만 ‘더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해 창업에 나선 것이지요.”

창업에 앞서 회사에는 “절대 본업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서울 중구 신당동에 27평 크기의 식당을 창업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1억8000만원. 친구와 각각 9000만원씩 투자했다.

회사에서 근무를 마치고 레스토랑에 도착하는 시간은 대개 오후 9시. 그는 처음 한 달은 주말도 없이 매일 레스토랑으로 퇴근한 뒤 밤 12시까지 일했다. 이후 영업이 안정을 찾으면서부터는 공동 창업자인 친구와 번갈아가면서 레스토랑 일을 보고 있다.

“과연 손님들이 찾아올지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렇지만 ‘젊을 때가 아니면 언제 내가 돈을 벌 수 있겠느냐’는 심정으로 일을 했지요.”

직원 7명을 두고 시작한 창업은 다행히 첫 달부터 월 매출액이 5000만원에 이르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우씨는 “직원들에게 믿음을 주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일부 직원들이 일이 힘들다며 갑자기 그만두면서 레스토랑 운영에 위기가 오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직원들을 일본에 연수 보내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며 “직원들을 ‘형님’처럼 대해 주면서 인간적인 신뢰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옥 부천대 비서학과 겸임교수(왼쪽)는 “대학강의와 학원운영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지만 서로 도움이 되는 점이 많다”고 말한다. 외국인 강사(오른쪽)와 강의내용을 상의하는 모습. 사진제공 잉글리쉬 채널

▼"美거주경험 썩힐수 없었죠" ▼

‘대학교수와 영어학원장.’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부천대 비서학과 김혜옥 겸임교수(37)는 올해 7월 1 대 1로 영어를 가르치는 ‘잉글리쉬 채널’ 삼성점을 창업하면서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와 학원장의 역할을 함께 하고 있다.

“힘든 점이 많지요. 제가 대학에서 가르치는 학생은 250명이 넘습니다. 수업준비도 하고 시험채점도 해야 하는데 학원 일까지 일일이 신경을 쓰다 보면 하루 24시간이 부족합니다.”

김 교수가 영어학원 창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어린 시절 미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어 영어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 대학도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학부(호텔경영학)를 마쳤으며 한때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한 적이 있다.

2000년부터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일하면서 창업아이템을 찾던 김 교수는 자신에게 맞는 학원 프랜차이즈를 발견하고 창업에 나섰다.

‘잉글리쉬 채널’은 네이티브 스피커 강사와 한국인 강사가 한 팀을 이뤄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1 대 1 영어교정을 해 준다. 영어 클리닉 개념을 강조하기 위해 강사는 의사 가운을 입고 강의를 진행한다.

창업비용은 보증금을 합쳐 4억원. 처음에는 강사 두 명으로 시작했으나 수강생이 늘면서 강사가 8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수강생은 150명에 이르고 있는데 사무실이 밀집한 지역(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특성상 맞춤 영어가 필요한 대기업 임원이 많다.

김 교수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게 힘들기는 하지만 서로 도움을 주는 ‘윈윈’ 효과도 많다고 말했다.

“우선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는 면에서 똑같습니다. 또 비서학과의 특성상 친절과 서비스를 많이 강조합니다. 이는 학원 운영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아마 우리 학원만큼 전화를 친절히 받는 곳은 없을 겁니다.”

김 교수는 이제 학원 운영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팀장에게 학원운영의 상당부분을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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