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後분양제 내년 도입…현행 주택청약제 폐지될듯

  • 입력 2003년 11월 2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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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를 지은 뒤에 분양하는 후(後)분양제도가 공공주택을 중심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도입될 전망이다. 후분양제도가 정착되면 선(先)분양제를 전제로 마련된 주택청약예금 등 현행 주택청약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며 중장기적으로는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연구원은 건설교통부의 의뢰를 받아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주택 후분양제 조기정착 방안’을 마련해 28일 열린 공청회에서 공개했다.

주택 후분양제 도입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추진되는 것으로 건교부는 공청회 등에서 제시된 의견을 모아 다음달 중 정책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어떻게 하나=국토연구원은 주택공사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급하는 공공주택과, 정부가 분양하는 택지나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 짓는 민간주택만을 대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또 순수 민간주택은 현재처럼 자율적으로 분양방식을 결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공공주택은 내년 상반기에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문제점 등을 보완해 2006년 상반기부터 전면 확대 실시하도록 했다.

‘공공지원을 받는 민영주택’에 대해선 1단계로 내년 상반기에 국민주택기금 지원을 받는 18평 초과∼25.7평 이하(전용면적 기준)의 중규모 아파트를 대상으로 후분양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2007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2단계에서는 공공택지에 지어진 분양아파트를 대상으로 △공사가 일정비율(30∼100%) 진행됐을 때 분양하거나 △선분양과 후분양을 병행하되 선분양시에는 분양가를 규제하고, 후분양시에는 분양가를 자율 결정하도록 했다.

후분양제가 정착단계인 2009년부터는 선분양제 유지를 위해 도입된 현행 주택공급과 청약부금 및 청약예금의 폐지 방안을 담은 ‘로드맵’을 제시하도록 했다. 다만 청약저축은 당분간 유지하도록 했다.

이 같은 단계적인 도입방안이 제시된 것은 후분양제를 전격 시행하면 아파트 공급이 단기적으로 15∼30% 줄어들고, 분양가가 11∼12% 정도 오를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 주택공급 감소의 영향으로 기존주택 가격도 단기적으로 2.0∼4.1%의 추가 상승 요인이 생긴다.

따라서 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전체 주택공급의 40%가량을 차지하는 공공부문이 선도해 후분양제가 자연스럽게 확산되게 하려는 취지다.

▽후분양제 왜 하나=주택 선분양제는 주택건설업자에게 주택건설에 필요한 자금 부담을 최소화하고 수요자에게는 목돈마련 부담을 분산시켜 준다. 주택의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자극해 건축을 촉진하는 것. 정부는 이 때문에 주택 절대량 부족 해소를 위해 선분양제를 도입 운용해 왔다.

하지만 선분양제는 입주자가 집값의 80%를 집 완공 이전에 내야 하는 데다 고가의 재산을 완제품으로 보지 않고 매입하면서 생기는 위험 부담이 컸다. 또 건설업체가 사업위험을 과다 평가해 분양가를 책정하는 사례가 빈발했고 수년 전에 결정된 내장재를 그대로 적용함에 따라 입주 뒤 내장재 교체가 잦아 자원낭비를 불러일으킨다는 등의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 외환위기 이후 주택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분양가 자율화, 분양권 전매 허용 등의 조치가 실시되면서 주택 선분양제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주택시장 불안을 일으키는 주요인이라는 비난까지 대두됐다.

여기에 2002년 말 전국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주택의 절대량 부족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판단도 원인이 됐다. 건설업자가 집을 지어 분양하는 후분양제도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일반적인 제도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후분양제, 문제점은 없나=본격 추진시기를 공공주택은 2006년 상반기 이후로, 민영주택은 2007년 상반기 이후로 늦춰 잡은 것은 지나치게 부작용만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권 말기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주택건설업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후분양제를 본격화하기는 쉽지 않다.

후분양제가 본격화되면 주택청약예금 등 현행 청약제도의 의미가 크게 퇴색한다. 이는 적잖은 금액을 예치한 628만명(10월 말 기준)에 이르는 청약저축, 예금, 부금 등 청약통장 가입자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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