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를 토대로 다음달 중 정부 방침을 확정한 뒤 내년 상반기부터 점진적으로 시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밑그림은 후분양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의식해 추진 일정을 지나치게 늦춰 잡고 있어 ‘실현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또 후분양제 본격 도입에 필요한 사전 작업도 적지 않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후분양제 왜 하나=주택 선분양제는 주택건설업자에게 주택건설에 필요한 자금 부담을 최소화하고 수요자에게는 목돈마련의 부담을 분산시켜 준다. 주택의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자극해 건축을 촉진하는 것. 정부는 이 때문에 주택 절대량 부족 해소를 위해 선분양 제도를 도입, 운용해 왔다.
하지만 선분양제는 △입주희망자가 주택가격의 80% 정도를 완공 이전에 내야 해 위험부담이 큰 데다 △고가의 재산을 완제품을 보지 않고 사전에 구입해야 하며 △건설업체가 위험을 과다 평가해 분양가를 책정하는 사례가 있고 △수년 전에 결정된 내장재를 그대로 적용함에 따라 입주 뒤 내장재 교체가 잦아 자원 낭비가 심한 등 문제점이 많았다. 분양보증제나 분양가 규제 등은 선분양의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생겨난 제도들.
여기에 외환위기 이후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 분양가 자율화, 분양권 전매 허용 등의 조치가 실시되면서 선분양제는 부동산투기를 부추기고 주택시장의 불안을 불러일으키는 주요인으로 지목됐다.
여기에다 2002년 말 전국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주택의 절대량 부족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판단도 후분양제 도입의 요인이 됐다. 건설업자가 집을 지어 분양하는 후분양제도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가장 일반적인 제도이기도 하다.
▽왜 단계적 도입인가=후분양제가 되면 소비자가 미리 건축비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건설업체는 자기 자금으로 아파트 등 대규모 공동주택을 지어야 한다. 그러나 중소건설업체들은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 후분양제로 즉시 전환할 경우 주택건설회사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단기적으로 주택 공급이 축소될 우려가 있는 것. 또 건설업체가 자금 부담을 져야 하므로 금융비용만큼 분양가는 올라가게 된다.
이 같은 부작용 때문에 후분양제 도입 시기는 내년 상반기에는 시범사업으로 진행하되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는 2006년 상반기 이후부터 본격 시행하는 단계적 도입 방안이 제시됐다.
후분양 의무화 대상을 공공주택과 정부가 조성한 택지나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 짓는 민영주택으로 제한한 것도 민영주택의 공급 축소로 집값이 올라가는 부작용을 사전 차단하자는 의도다.
▽후분양제, 문제점은 없나=본격 추진 시기를 공공주택은 2006년 상반기 이후로, 민영주택은 2007년 상반기 이후로 늦춰 잡은 것은 지나치게 부작용만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권 말기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주택건설업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후분양제를 본격화하기는 쉽지 않다.
후분양제가 본격화되면 주택청약예금 등 현행 청약제도의 의미가 크게 퇴색한다. 이는 적지 않은 금액을 예치한 500만명(10월 말 기준)의 청약예금 및 부금 가입자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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