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담보대출 강제 회수키로…4000여건 3000억원 적발

  • 입력 2003년 11월 18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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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최근 1년여 동안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편법으로 3000∼4000건의 주택담보 대출을 했으며 금액으로는 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편법으로 이뤄진 대출 중 투기혐의가 드러날 경우 만기가 돌아오지 않더라도 중도에 강제회수 조치하도록 은행을 지도할 방침이다. 은행이 만기 이전에 대규모의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들이 실제로 초과 대출금 회수에 들어갈 경우 자금과 심리적 측면에서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갖가지 편법 동원한 주택담보 대출=금감원은 17개 은행 등의 주택담보 대출 실태 점검 중간결과 발표를 통해 지난해 9월부터 올 10월 말까지 이들 은행의 편법 주택담보 대출 규모가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18일 밝혔다.

이들 은행이 사용한 수법은 크게 △주택담보비율(LTV) 초과 대출 △대출기간 변칙 운용 △담보기준가 부풀리기 등으로 드러났다.

적발된 사례를 보면 A은행은 작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이미 LTV 한도까지 대출해 준 고객에게 추가로 기존 대출액의 20%까지 다시 빌려줘 LTV 초과 대출액이 1130억원에 달했다.

B은행은 6월 2일부터 투기과열 및 투기지역의 3년 이하 대출 LTV가 60%에서 50%로 낮아지자 대출기간을 3년1개월로 변칙 운용해 약 300억원의 초과 대출을 해줬다.

또 C은행은 주택담보 가격을 책정할 때 2, 3개 평가기관이 제공한 가격 중 가장 낮은 가격을 적용해야 하지만 이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을 적용하는 수법으로 1173억원을 초과 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시중 은행들은 부동산 시세 인터넷사이트의 호가를 확인하지도 않고 담보기준가로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또 주택가격 급등의 진앙지이었던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 대해 전체 주택담보대출액(9월 말 현재 146조2180억원)의 67.1%(98조1830억원)를 쏟아 부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대출금 회수’의 후(後)폭풍=금감원은 투기 목적으로 초과 대출을 받은 경우는 만기 이전이라도 초과 대출분을 회수하도록 은행을 지도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김중회(金重會) 금감원 부원장은 “투기 목적이 확실하면 곧바로 회수에 들어가도록 할 계획이며 거주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 과정에서 편법이 발생한 고객의 경우 만기가 돌아오면 초과분을 회수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후속조사 결과는 이르면 12월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백재흠(白在欽) 금감원 은행검사 1국장은 “1가구 3주택 보유자의 경우 투기혐의가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투기혐의자에 대한 대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금감원은 또 주택담보 대출 편법운용 사례가 일부 은행이 아니라 점검을 받은 대부분의 은행에 만연해 있다고 밝혀 앞으로 금융기관 제재 수위도 상당히 높아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편법대출 건수가 많고 편법대출 과정에서 임원이 개입하거나 조직적으로 편법대출을 한 은행에 대해서는 최고책임자까지 문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현재 국세청이 통보해온 107건의 과다 및 부당 대출(12개 금융회사, 195억원)과 미성년자의 주택담보 대출(148건, 59억원)에 대해 LTV 준수 및 대출 적정성 여부를 조사 중이며 결과를 국세청에 알려줄 방침이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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