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적대적 M&A기업 초비상…국내증시 비중 40% 넘어

  • 입력 2003년 11월 16일 17시 57분


코멘트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의 비중이 커지고 세계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면서 증시를 통한 외국인의 기업 인수합병(M&A)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량 기업들의 주가가 올해 초보다 올라 M&A가 다소 어려워진 측면은 있다. 하지만 기관투자가 등 국내 주식 매수 기반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외국인의 입지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외국계 펀드의 ‘활약’과 부작용=최근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대거 사들이면서 사실상 현대그룹을 계열사로 편입한 금강고려화학(KCC)은 ‘외국인의 적대적 M&A 가능성’을 지분 매입의 큰 이유로 꼽고 있다. 정종순 KCC 부회장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자칫하면 현대그룹을 외국인에게 빼앗길 수 있었기 때문에 방어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8월 고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사망한 직후 미국의 GMO이머징마켓펀드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매집하면서 적대적 M&A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그러나 GMO펀드는 최근 시세 차익을 내고 주식을 팔아치웠다. GMO펀드에 놀란 KCC 정상영 명예회장 등 범현대가(家)가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사실상의 적대적 M&A에 성공한 것.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KCC와 같은 국내 자본이 아닌 외국 자본이 증시에서 한국 기업을 적대적으로 M&A할 가능성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다”고 말했다.

10월 말 현재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소유 주식의 시가총액 비중은 40.1%로 40%를 넘어섰다. 한국의 ‘대표기업’ 격인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비중은 14일 현재 58.68%에 이른다.

국민은행(73.03%) 포스코(65.18%) 현대자동차(50.50%) 등도 50%를 넘어섰고 부산은행 대우조선해양 STX 등 우량기업들의 외국인 지분도 급증하고 있다.

한화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도 저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주로 시세차익과 배당을 노리지만 결심만 하면 우호지분을 모아 한국 기업을 M&A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M&A 시장 커진다=한국은행은 지난달 10일 내놓은 ‘세계 M&A 시장의 최근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M&A 규모가 156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84억달러보다 1.1% 늘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토드 마틴 JP모건 아시아태평양 지역 M&A 담당 사장은 “투자자들의 풍부한 유동성과 기업 규모의 성장, 규제조치 완화 등으로 아시아 M&A 시장의 여건이 좋아졌다”며 “아시아지역의 올 M&A 규모는 2000억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팀장은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를 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주주의 지분을 늘리고 국내 기관을 육성하는 등 증시 체질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