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현대그룹 인수]정상영회장 직접통제 체제로

  • 입력 2003년 11월 14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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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은 이제 우리 것입니다.’ 금강고려화학(KCC) 김문성 재무담당 상무(왼쪽), 고주석 사장(가운데), 정종순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KCC 본사에서 현대그룹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후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변영욱기자
‘현대그룹은 이제 우리 것입니다.’ 금강고려화학(KCC) 김문성 재무담당 상무(왼쪽), 고주석 사장(가운데), 정종순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KCC 본사에서 현대그룹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후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변영욱기자
금강고려화학(KCC)이 현대그룹을 인수한 것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이뤄진 가장 큰 적대적 인수합병(M&A)이다.

정상영(鄭相永) KCC 명예회장은 자신의 실체를 감춘 채 사모펀드와 뮤추얼펀드를 동원해 은밀히 주식을 매집하는 등 전형적인 적대적 M&A를 감행했다. 1000억원 남짓한 인수 비용으로 시가총액 2조원 이상의 그룹을 인수한 것.

KCC는 조만간 현대그룹을 계열 편입시킬 방침이어서 현대증권 상선 택배 엘리베이터 등 계열사는 직접 통제 아래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경영권 행사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어 내년 3월 주주총회를 계기로 자기 사람을 현대그룹 계열사에 전진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 왜 현대그룹 인수했나=KCC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구조가 너무 취약해 국내외 M&A 세력에 당할 염려가 있어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매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 정몽헌(鄭夢憲) 회장 사후 미국계 GMO이머징마켓펀드가 시장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7% 이상 사들이자 경영권 지키기에 나섰다는 것.

그러나 정 회장이 신한BNP파리바 투신운용의 사모펀드를 이용해 12.8%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원군이 점령군으로 바뀌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정씨 피가 섞이지 않은 사돈집안에 현대그룹을 넘겨줄 수 없다’는 정 회장의 생각이라고 KCC 고위관계자는 전한다. 그는 “김문희씨는 딸이 4명이나 돼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9.4%가 모두 현정은(玄貞恩) 회장에게 상속될 수 없다”며 “정 회장은 나중에 현대그룹이 분해될지 모른다는 걱정을 많이 해왔다”고 설명했다.

▽KCC, 언제부터 지배하나=금융감독원은 정 회장과 KCC, 고려시리카(KCC 계열사) 등이 사모펀드와 뮤추얼펀드를 통해 매입한 20.7%는 ‘지분이 5%를 넘고 1% 이상 변동이 있으면 공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7%는 6개월 동안 의결권이 제한된다. 적대적 M&A에 대해 경영권 방어의 기회를 주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이 규정을 정 회장측이 정면 위배한 것. 그러나 의결권 제한이 풀리면 정 회장이 임시주총을 열어 바로 현대계열사를 장악할 수 있다.

금감원은 공시규정 위반을 이유로 정 회장에 대해 해당 주식의 처분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현 회장측은 이 부분을 집중 부각시킨다는 방침. 공시규정 위반으로 주식처분명령이 내려진 예는 아직 없다. 한편 정 회장이 우호지분이라고 주장하는 7개 현대계열사(13.1% 소유)가 정 회장을 지지할지도 확실치 않다.

▽KCC의 현대그룹 미래구상은=KCC는 기본적으로 현 회장을 그룹 회장이 아닌 엘리베이터 회장으로만 인정하고 있다. 나머지 현대계열사들은 정 회장이 직접 나서서 챙긴다는 방침이다.

KCC는 ‘이익이 나지 않는 기업을 털어버린다’는 방침 아래 장기적으로 현대아산을 분리시키고 상선, 증권, 택배 중심으로 계열사를 재편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 회장에게 맡기되 ‘장기적으로 독립해서 나가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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