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경련案 ‘돈 정치’ 개혁에 반영해야

  • 입력 2003년 11월 6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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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정치자금제도 개선안은 일부 문제점이 있으나 전반적으로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바람직한 내용이다. 전경련의 제안은 정치자금을 부담하고 있는 경제계의 의견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존중돼야 한다. 정치권도 대체적으로 환영의 뜻을 밝힌 만큼 관련법을 개정할 때 제대로 반영하기 바란다.

지정기탁금제 부활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 이 제도가 폐지된 1997년까지는 ‘한번 여당은 영원한 여당’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정치자금이 여당에만 편중되는 부작용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치 민주화가 진전되고 정권교체 가능성이 열려 있어 정치자금이 특정 정당에만 집중될 소지가 줄었다. 형평성을 높일 수 있는 보완대책도 얼마든지 있다. 다만 지나친 편중도 곤란하지만 정치자금 제공자가 정당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기업이 정당이나 정치인의 개별적인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정치자금을 직접 줄 수 없도록 하자는 제안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정치자금 기부자의 인적사항과 기부액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하고 20만원 이상 기부자는 공개하자는 제안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이 선관위가 지정하는 계좌를 통해서만 이뤄지도록 하고 정치자금 관련 회계 내용을 공개하자는 의견도 옳다. 이런 기본적인 투명화 장치조차 없는 정치 현실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전경련이 제도 개선안만 내놓고 ‘조건 없는 고백성사’ 의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점은 유감스럽다. 자기 고백 없이 과거의 정치자금 관련 위법 행위에 대한 사면을 주장해서는 대다수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특히 정치자금 제공과 관련된 회계처리에 대해 민사책임 면제제도를 마련하라는 것은 주주의 권익을 무시하는 주장이다. 사면을 거론하기 전에 진실부터 고백하라는 국민적 요구는 비단 정치권뿐 아니라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에도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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