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성장 누구도 예상못해 경제외적 불확실성 제거 시급

  • 입력 2003년 10월 16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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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이 16일 내놓은 2003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2.6%’는 올해 우리 경제가 당초 예상 이상으로 추락했음을 뚜렷이 보여준다.

특히 한국 경제가 이렇게까지 망가진 데는 순수한 경제적인 요인 외에 정치적인 혼란 등 외부적인 ‘불확실성’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앞으로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을 위해서도 경제 외적인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예상보다 더 나빠진 경제=KDI의 전망대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경우 적잖은 충격이다. 이 같은 낮은 성장률은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시해사건과 12·12 군사쿠데타, 2차 오일쇼크 파동 등에 따른 정치경제적 혼란이 두드러졌던 80년(―2.1%)과 외환위기 직후인 98년(―6.7%)을 제외하면 한국의 경제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6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한국 경제가 이런 수준까지 떨어지라고는 거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KDI는 지난해 올해 성장률을 5.3%로 전망했다가 올 4월 4.2%로 낮췄다. 이때 정부 일각에서는 국책 연구기관이 앞장서 이렇게 경제를 비관해도 되느냐는 질책도 나왔다.

하지만 화물연대, 현대자동차 파업 등 노사관계가 악화되고 현 정부의 정책이 ‘반(反)기업적 성향’을 띠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올 2·4분기(4∼6월)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8% 줄었다. 또 3·4분기(7∼9월)에는 7.7%나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지난해 남발한 신용카드 대출의 후유증 등으로 극도로 위축된 소비도 경기 추락의 주요 원인이었다. 올 상반기에 금융기관이 줄인 현금서비스, 카드대출, 판매신용 등 소비성 차입금액만 16조원에 달했다.

▽더 큰 변수는 경제 외적 불안요인=KDI는 “한국 경제가 올 1·4분기에는 ‘급락’에서 2·4분기에는 ‘하강속도 둔화’ 3·4분기에는 ‘추가적 둔화는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성장률이 이미 떨어질 만큼 떨어져 연말이나 내년부터는 서서히 경기가 회복단계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오름세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요인 외에 정치 환경의 안정이 무엇보다 절실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KDI도 “주요한 전제조건이기는 하지만 최근 급변하고 있는 국내 정치상황의 변화를 이번 경제전망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문석(吳文碩) LG경제연구원 상무도 “최근 재신임으로 극대화된 정치 불안이 단시일 안에 끝난다면 일시적 충격으로 그칠 수 있지만 장기화되면 정책 자체가 방향을 잃고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불확실성을 없애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2~2004년 주요 경제지표
2002년2003년2004년
국내총생산 증가율(%) 6.3 2.6 4.8
민간소비 증가율(%) 6.8 ―0.9 4.6
설비투자 증가율(%) 6.8 ―1.4 6.2
수출 증가율(물량 기준, %) 14.9 11.4 11.7
수입 증가율(물량 기준, %) 16.4 9.8 15.2
경상수지(억달러) 61 64 36
소비자물가 상승률(%) 2.7 3.4 2.7
실업률(%) 3.1 3.5 3.4
2003년과 2004년은 전망치. 자료:한국개발연구원(KDI)

김광현기자 kkh@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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