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를 동북아 금융허브로”

  • 입력 2003년 10월 15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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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동북아 금융중심.’

서울이 가지고 있는 포부다. 그러나 앞길에 예기치 않은 복병이 있다. 호주의 시드니다.

서울의 궁극적인 꿈은 ‘동북아 경제중심’이 되는 것. 이를 이루려면 물류 정보 인력 기술 등 다양한 요소를 갖춰야 하지만 무엇보다 ‘금융허브’ 자리를 굳혀야 한다는 것이 김기환(金基桓) 서울 파이낸셜포럼 회장 등 여러 전문가의 지적이다.

금융허브로 가는 데 있어 서울의 가장 큰 경쟁자로 거론되는 도시는 도쿄와 상하이. 지금은 홍콩과 싱가포르가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실물경제의 뒷받침이 없기 때문에 역전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셈법이다.

문제는 시드니가 똑같은 방향을 잡고 한 발 일찍 출발선을 떠났다는 점. 시드니에는 국제은행증권협회(IBSA)가 있다. 호주에 있는 외국계 투자은행 및 증권사들의 모임이다. 회원사가 무려 38개나 되지만 한국계 금융기관은 없다. 호주의 투자은행 매쿼리가 한국에 진출해 대우증권빌딩 극동빌딩 등을 인수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으로 이 부문에서 한국의 취약성을 보여주고 있다.

“호주는 80년대 중반 은행업을 개방하는 등 금융업을 포함한 전 산업에 국제화가 고루 확산돼 있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고 있으며 각국에서 온 유학생이 18만5000명이나 돼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 전체 펀드규모가 매년 10%씩 증가해 현재 미화 2500만달러에 이른다. 서울에 비해 시드니는 경쟁우위가 있다.”(던컨 페어웨더 IBSA 사무총장)

호주정부는 시드니를 아시아권 금융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1999년 ‘액시스호주’라는 기구까지 신설했다.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 출신 전문가들로 구성돼 투자유치, 원스톱서비스 등을 담당한다.

액시스는 17, 18일 서울에서 시드니의 국제금융중심지로서의 강점을 역설하는 세미나까지 연다. 갈 길이먼 서울로서는 부담스러운 경쟁자를 또 하나 만난 셈이다.

시드니=허승호기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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