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백화점 ‘명품 아웃렛’ 주도권 다툼

  • 입력 2003년 10월 9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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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국내 대형 백화점들이 명품 아웃렛(상설할인판매장) 사업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명품 아웃렛은 세계적인 명품 회사들의 재고 또는 이월제품을 최초 판매가격의 30∼70% 수준에서 판매하는 새로운 유통업태. 미국 일본 등에서는 명품 아웃렛이 재고 명품을 처분하는 판매경로로 이미 뿌리를 내린 상태다.

현재 유통업체들의 관심은 과연 누가 한국 시장 진출을 모색 중인 미국 아웃렛 회사 첼시 프로퍼티그룹과 손을 잡느냐에 집중되고 있다. 첼시 외에도 미국의 프라임, JC페니, 일본의 미쓰이부동산 등이 국내 진출을 검토 또는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샤넬 구치 휴고보스를 비롯한 600여개 브랜드를 취급하는 미국 최대 아웃렛업체 첼시가 가장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첼시는 미국에 50개, 일본에 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첼시는 명품 선호도가 높은 한국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직접 투자, 합작 투자, 제품 공급 등 여러 가지 선택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올 7월 이후 한국 파트너 후보 회사들과 잇따라 접촉하고 있다.

일부 국내 업체들은 첼시와의 구체적인 협상을 위해 첼시의 해외 매장에 직원들을 파견해 현지답사를 벌이기도 했다. 롯데는 신동빈(辛東彬) 부회장이 직접 독려할 정도로 아웃렛 사업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첼시와의 제휴를 추진하는 한 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혼자 힘으로는 명품을 많이 유치하기 어려워 독자적인 아웃렛 사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제휴 필요성을 강조했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이 명품 아웃렛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까닭은 명품 아웃렛 시장 전망이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재고 상품 위주라고는 하지만 진짜 명품을 반값 이하에 구입할 수 있으면 제값을 다 받고 팔아야 하는 백화점 명품 코너의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 어차피 시장 잠식을 피해갈 수 없다면 직접 하는 게 최선의 방어책이라는 것.

LG투자증권 박진 유통 담당 애널리스트는 “명품 아웃렛이 들어오면 백화점 명품 시장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그중에서도 명품 이미지가 강한 현대백화점이나 갤러리아백화점은 다른 업체가 첼시와 손잡을 경우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박 용기자 parky@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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