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직후 고금리 저축성보험 만기도래… 생보사 자금난

  • 입력 2003년 10월 9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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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회사들이 과다한 보험금 지급에 따른 자금난을 걱정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고금리로 판매된 저축성보험의 만기가 집중적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보험회사들은 가입자들이 언제 보험금을 타러 올지 모르기 때문에 일정금액 이상을 준비해야 하나 일시에 많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자금사정이 어려워진 것이다. 더군다나 내년 3월까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급여력 소정비율’을 100%로 맞춰야 하는 처지여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9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생보사들은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2월부터 1년간 공동상품으로 만기 2∼10년에 연 10∼16.5%의 고금리 저축성 보험상품인 ‘슈퍼재테크보험’을 약 15조원 판매했으며 이중 상당수가 5년 만기여서 올해 보험금 지급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6월까지 만기 지급된 보험금은 3조33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2691억원과 2001년 같은 기간의 2조6013억원에 비해 각각 163%와 28%씩 증가했다.

윤상 생명보험협회 기획조사팀 차장은 “당시 5년을 예치할 경우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 5년 만기 상품 가입자가 많았다”며 “최근까지도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이때 유치한 저축성 상품의 보험금 지급 때문에 경영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슈퍼재테크보험’은 변동금리를 적용했지만 일부 중소형 보험사는 자금 유치에 급급해 고정금리로 저축성 상품을 판매해 금리 역(逆)마진(예금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높은 것)까지 우려되고 있다.

반면 슈퍼재테크보험이 고정금리 상품인 줄 알고 가입했다가 실제 받은 금액이 기대에 못 미쳐 고객들의 항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박병명 금감원 상품계리실장은 “당시 보험설계사들이 자금 유치를 하면서 고객들에게 변동금리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라며 “최근까지도 금감원 분쟁조정실에 이 같은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험금 지급에 몸살을 앓고 있는 생보사들은 내년 3월까지 지급여력 소정비율 100%를 맞추기 위해 자본금 확충에 시달리고 있다.

지급여력 소정비율을 맞추지 못할 경우 금감원에서 경영개선권고 등 적기시정조치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은 925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이달 말 발행하기로 했다.

조병진 금감원 보험경영지도팀장은 “일부 보험사의 경우 기준을 맞추기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여 당장 자본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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